교통연, 호남~제주간 고속철도 예상 수요 1900만명..현 이용객의 두 배 규모
[뉴스핌=한태희 기자] #지난 2007년 개통한 인천공항철도는 당초 지난해까지 8억843만명이 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그동안 공항철도를 이용한 사람은 예측치의 18%인 1억4639만명 수준. 요금수입은 당초 예측치(2조3485억원)의 6.8%인 1607억원에 그쳤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300억원을 최소운영수입보조금(MRG)으로 철도 운영사에 지급했다. 특히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공항철도를 인수한 뒤부터는 매년 2850억원을 운영보조금으로 쏟아붓고 있다.
잘못된 SOC(사회간접자본) 수요예측으로 인해 정부와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국 15개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이 틀려 연간 4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손실보전을 위해 투입됐다.
잘못된 수요예측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공개된 목포~제주 구간 고속철도 사업도 수요예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시민단체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전라남도가 건의할 예정인 목포~제주간 해저터널 고속철도 사업은 수요예측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목포~제주 철도 예상 이용객 1900만명..제주도 방문객 1000만명
지난 2009년 교통연구원은 매달 발행하는 '교통 3월호'에 '호남~제주간 해저 고속철도 건설 구상'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해저 고속철도가 생기면 오는 2026년 연간 이용객이 1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이 맞기 위해선 제주도 관광객이 지금보다 두배 가량 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년간 제주도에 온 관광객은 1058만1265명. 교통연의 이용객 추정치는 모든 관광객이 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 고속철도를 탈 때나 가능한 추정치다.
교통연구원은 이 사업은 11년의 공사기간과 14조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사업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약 44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약 34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관광산업과 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통원의 수요 예측은 앞서서도 빗나간 적이 있다. 부산시민연대는 부산~김해 경전철 수요 예측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교통연구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교통연은 부산~김해 경전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8만7266명에 이르고 올해는 19만8848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 2012년 하루 이용객은 3만명에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공사가 진 빚을 세금으로 메워 주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강의 전경 |
잘못된 수요 예측은 큰 문제를 낳는다.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 4대강 살리기사업이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사업으로 빚이 8조원 늘었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친수구역을 개발해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는 친수구역개발로 4대강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렵다고 시인했다.
지난달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친수구역 개발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회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친수구역 사업의 수익성이 부족한 것은 어느정도 사실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인천 월미은하레일, 경인 아라뱃길 등도 수요예측 실패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간접자본을 설치할 때 엉터리 수요예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한 실명제를 도입해 사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 국책사업팀 최승섭부장은 "사업 타당성 조사만 제대로 해도 어처구니 없는 국책사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못된 수요 예측을 해도 용역보고서를 낸 연구기관은 그동안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