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증가 등 장기 저금리 부작용 우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영란은행(BOE)이 강한 경기 회복에도 사상 최저 금리를 유지하는 데는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의 경기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부 영향으로 인해 사실상 제로 수준의 금리를 지속하다 가계 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다.
(사진:AP/뉴시스) |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E가 인플레이션 및 통화정책 향방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마크 카니 BOE 총재는 경기가 탄탄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임금 상승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WSJ는 스페인을 포함한 유로존 회원국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프랑스까지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노동 인력이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고, 이 때문에 기업의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유로존 경제 전반의 민간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고, 이는 영국의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연율 기준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인 1.8%와 전월 수치인 1.9%를 밑도는 결과다. 또 이는 BOE의 목표 수준인 2.0%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BOE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고, 상승 탄력을 받았던 파운드화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저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영국 경제의 파장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지속했던 영국 가계가 최근 다시 빚을 늘리기 시작했다.
경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험 자산의 매수 열기가 지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영국 인플레이션과 임금 동향이 유로존에서 발생하는 외풍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영국 경제가 10년 전의 위기를 다시 맞을 것이라고 WSJ는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