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정안까지 제시했지만 표 의식한 국회서 '유야무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종교인 과세가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빠지면서 사실상 올해도 어물쩍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경제수장이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언급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도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까지 당장 과세를 할 것처럼 강조했지만 최경환 부총리로 넘어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6일 발표된 2014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이번 개정의 기본방향에 대해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를 3대 원칙으로 들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종교인 과세는 들어가지 못했다. |
기재부는 지난해 9월 종교인에 대한 '원천징수'의 근거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2월 '원천징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 신고·납부'로 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종교인에 대해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종교인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의 소지도 없앴다. 또 종교인에게 근로장려금(EITC)의 혜택도 부여키도 했다.
당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을 위한 명분 확보 차원에서 종교인에 대해서도 납세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종교계 일각이 반발하면서 기존 방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가 "지난 7월말만 하더라도 올해 2월 종교계가 참석한 국회 간담회에서 수정대안을 제시했으며 상당한 수준의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까지 밝혔으나 결국 세법개정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소득세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당장 정부와 한편이여야 할 여당도 적극적이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종교인 과세는 논의 대상이긴 하지만 아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지금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희수 기재위원장(새누리당)도 "종교인들의 소득은 우리가 세금을 내고 난 뒤 남은 돈으로 헌금한 것"이라며 "종교인에게 과세할 경우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21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먼저 종교인 간에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동안 기재부 실무자들이 나름 노력해 왔지만 아직까지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에 나온 정부 수정안은 되레 근로장려금이 포함돼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지원해줄 수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를 세법개정안에 담지 못한 것은 물론 사실상 (올해 처리가)어렵게 됐다"며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서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