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송주오 기자] '100달러폰'으로 불리는 저가 스마트폰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흥시장 확대는 이익과 직결된 문제. 그러나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되지 않는 계륵(鷄肋)의 존재라는 시선도 나온다. 저가폰의 신흥강자 중국의 공세는 물론 글로벌 IT 강호들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전략도 쉽지 않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의 아성은 저가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성장세가 한풀 꺽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보다 1조원 이상 낮았다. 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4.4% 감소했다.
삼성전자 측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 현지업체들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와 이에 따른 재고 확대 등 스마트폰 전반의 부진을 이유로 설명했다. 같은 기간 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부상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주요 35개국 이동통신 집계 결과 판매량 10위권 안에 삼성전자와 애플 외 샤오미의 스마트폰 2종이 올랐다. 특히 샤오미의 보급형폰 홍미(紅米)가 9위에 이름을 올려 주목되고 있다. 홍미는 액세서리까지 합해 5만원대에 불과해 대표적인 초저가 스마트폰으로 불린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중국 내에서 대다수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 저가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샤오미는 여세를 몰아 올초 4000만대였던 목표 출하량을 최근 5000만~6000만대로 높여 잡았다.
중국의 약진은 신흥시장 곳곳에서 새로운 강자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PC제조업체인 대만의 아수스는 저가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춰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미 4인치와 5인치 시장에서 젠폰(ZenFone)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젠폰 4인치의 경우 가격은 99달러에 불과하다.
신흥시장 핵심지역으로 손꼽히는 인도에서도 자국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가 저가폰 전략으로 높은 시장점유율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맥스는 60달러~80달러대 저가 스마트폰을 통해 불과 몇년만에 인도 내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렸다. 마이크로맥스는 자사 스마트폰 캔버스 시리즈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여기에 LG전자를 비롯해 모토로라, 소니, 에이서 등 글로벌 강호들이 저마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IT강호인 구글도 이 시장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다. 저가 스마트폰 대기수요가 전세계 50억명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레드오션은 아니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성장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저가 스마트폰의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진 감소과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저가폰 공세에 밀려 실적이 주저앉은 대표적 사례이지만 향후에도 저가폰 중심의 전략이 불가피해 업체간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박리다매 시대. 그러나 포화상태에 접어든 고급 스마트폰 시장만큼이나 쉽지 않은 시장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박리다매식의 수익 구조가 실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생산원가는 251달러(약25만8000원)으로 출고가(86만6800원) 대비 약 30%에 불과하다. 30만원 미만의 저가폰은 생산원가가 그만큼 내려 가지 않는 이상 마진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가폰 주류로 자리잡은 100달러(10만원대)에서 이 같은 수익성은 더욱 보장이 어렵다. 원가를 차치하더라도 판매촉진을 위한 업체간 경쟁을 불러일으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저가폰에 대응하기 위해 갤럭시S4의 가격을 내리고 '1+1 행사'와 보조금 상향 등 과도한 마케팅을 펼쳤다. 이는 결국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저가폰 대세는 당분간 바뀌기 힘든 흐름이다.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 다양한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고 애플 역시 인도와 중국 등에서 저가폰 비즈니스에 팔을 걷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까지 매해 평균 18.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평균가격은 계속 낮아져 2017년 265달러(약 28만10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판매사인 삼성전자가 이같은 판도 변화를 향후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지 이목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송주오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