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장기 디플레 및 침체..일본 전철 밟는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투자자들이 최근 프랑스 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나서자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기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 투자자들이 유로존에서 ‘데자뷰’를 감지한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1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이 5월에만 사이 프랑스 채권시장에서 140억유로(1조9000억엔)에 이르는 ‘사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6배 늘어난 수치로, 프랑스 정부의 국채 발행액의 60%를 웃도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매체 CNBC는 유로존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판단이 일본 투자자들의 채권 매입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과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유로존이 결국 장기 디플레이션과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프랑스 채권 매입 열기는 ECB가 5월 비전통적인 부양책 카드를 꺼낼 움직임을 보인 뒤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SMBC 니코 증권의 시마주 히뢰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투자자들은 유로존 경제가 일본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제로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6월 지표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에도 일본 투자자들이 프랑스 채권을 대량 사들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달 일본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신규 발행액 가운데 75%를 사들였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과 극심한 저성장의 늪에 빠졌을 때 국채가 매력적인 장기 투자자산이라는 사실이 투자자들 사이에 명백하게 확인됐다.
특히 프랑스는 유로존의 중심국으로 분류, 투자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데다 독일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일본 투자자들이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를 집중 공략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투자자들의 ‘사자’가 급증한 데 따라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5% 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일본 국채에 비해 세 배 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한편 6월 기준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0.5% 떨어졌고, 이탈리아는 0.2%까지 밀린 상태다. ECB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권 여신 부진과 유로존 남부 국가의 임금 하락 등을 감안할 때 디플레이션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