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원작 영화 ‘42번가’(1933년)를 노래와 춤을 이용해 화려한 오락물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국내에는 1996년 처음 소개됐다.
작품의 백미인 화려한 탭댄스는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홍지민, 박해미는 물론 1세대 뮤지컬 스타 남경주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캐스팅까지 더해져, 개막 전부터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줄거리는 시골 소녀 ‘페기 소여’(최우리, 전예지)가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뒤, 고생 끝에 ‘프리티 레이디’ 주인공으로 공연을 마치면서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배우 전예지는 춤, 노래, 연기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사랑스러운 페기를 만들어냈다.
요즘 시대에 흔하디 흔한 신데렐라식 스토리지만, ‘먼지’같은 존재였던 코러스 걸의 성공기는 비주류에 속한 이들의 꿈과 열정을 대변하며 의외로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빠른 비트의 음악, 혼을 빼놓는 배우들의 탭댄스, 다양한 색감의 우아한 의상. 이같은 풍부한 볼거리도 뻔한 스토리의 아쉬움을 부족함 없이 메운다.
극중극(극중 줄리안 마쉬가 연출하는 공연 ‘프리티 레이디’)이라는 소재는 배우들이 탭댄스 실력을 뽐내기에 적격인 것처럼 보인다. 뜬금없이 펼쳐지는 현란한 춤사위가 허락된다. 극과 ‘극중극’의 조밀한 짜임새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장면을 감각적으로 연결시켰다.
페기의 성공기와 더불어 스타의 옷을 벗어 던지고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는 ‘도로시 브룩’(박해미, 홍지민)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극중 베테랑 여배우 도로시는 홍지민의 능청스런 연기와 노련한 가창력으로 표현돼,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춤 실력은 형편 없다는 설정으로 코믹한 요소를 함께 가져간다.
한편, 평소 관객들에게 관람이 허용되지 않았던 무대 뒤의 긴장과 갈등, 혼란과 고민은 반투명한 베일에 가려져 흐릿하게 그려진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화려한 무대 뒤편의 이야기를 엿보는 기분을 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홍지민, 박해미, 전예지, 최우리 외에도 현란한 발놀림을 선보일 ‘빌리 로러’ 역의 이충주, 전재홍과 중후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줄리안 마쉬’ 역의 김영호, 남경주가 함께 한다.
지난 8일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8월3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티켓 예매는 전 예매처(SAC Ticket, 인터파크, 예스24, 옥션, 티켓링크, BC라운지)에서 가능하다. 6만원~12만원.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