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소방관 현태(지성), 보험왕 인철(주지훈), 주류 배달원 민수(이광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친구’다. 소주 한잔 걸치며 욕을 하다가도 경조사에 가장 먼저 와 함께 울고 웃어주는 나의 또 다른 가족, 하지만 영원할 거 같은 이들의 사이에 위기가 닥쳐온다.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 화재 사건으로 현태의 부모님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 것. 하지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경찰의 수상한 행동이 계속되자 현태는 결국 스스로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혼자 힘으로는 부족했던 그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줄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풀수록 의심스러워지는 건 믿었던 친구, 인철과 민수뿐이다.
간단한 줄거리만 살펴보면 ‘좋은 친구들’은 사실 뻔한 남자 영화,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예고편만 접했을 때는 지성, 주지훈, 이광수 세 사람을 향한 팬심(팬·fan과 마음·心이 합쳐진 신조어)만이 영화를 껴안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좋은 친구들’은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엎었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큰 반전 없이 예측 가능한 선 안에서 흘러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누아르 영화나 단순 범죄 드라마로 치부하기엔 섭섭하다. ‘좋은 친구들’에는 비슷한 장르 영화에서 줄곧 등장하는 (하지만 다소 진부한) 유혈이 낭자한 액션이나 이유 불문 외쳐대는 의리가 없다. 극적인 전개를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나 대사를 막무가내로 삽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관객의 시선 끌기가 유일한 역할인 선정적 장면에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았다. 대신 영화에는 선악 구도에 갇혀있지 않은, 그러면서도 낯익은 모습을 한 인물들과 그들의 평범한 삶이 담겨있다.
그 덕(?)에 관객은 영화 안에서 어렵지 않게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개를 돌리면 있을 법한 캐릭터들과 큰 사건 뒤에 숨겨진 별별 잡일, 그리고 이것들이 부추기는 인생의 잡음들은 관객의 감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다양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캐릭터 각각의 전사(前史)는 부족하다는 영화의 단점마저 또 다른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때문에 설명방식이 다소 느슨할지라도 영화는 충분히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배우들의 열연은 단연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자 장점이다. 특히 인철로 분한 주지훈의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다. 그는 마치 실재 인물에 빙의된 듯한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주지훈이 그냥 인철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이런 배우를 몰라봤다는 사실에 괜스레 머쓱해질 정도로 주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면모를 제대로 발휘한다.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좋은 친구들’ 속 인철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을만한 연기이자 그 스스로 필모그래피에 자신 있게 새겨도 될 만한 캐릭터다.
지성과 이광수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먼저 지성은 현태의 급격한 감정 변화를 무게감 있게 보여주며 극을 이끌고 나간다. 특히 영화 말미 비릿한 웃음 끝에 물리는 그의 쓸쓸한 표정은 꽤 오랫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반면 이광수는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다소 가벼운(?) 이미지를 모두 거둬내고 민수로 다시 태어났다. 이처럼 배우들 각각의 열연과 나이 차이가 무색한 이들의 환상의 케미스트리(케미스트리와 신을 합한 말로서 상대배우와 잘 어울린다는 뜻의 신조어)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실 영화의 결말은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실한 비극이다. 그렇기에 영화관을 나설 때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고 아파져 온다. 하지만 그만큼 뭉클함과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관객은 영화를 통해 우리네 친구를 보고, 기억하고, 그 속에서 진실성을 읽게 된다. 그렇게 기계적이고 메말라져 버린 우리의 마음엔 깊이가 패고 그 옛날 느꼈던 따뜻한 정서가 스민다. 여느 누아르 영화처럼 충격적이고 날카롭지 않지만, 그 잔상은 분명 오래 남는다. 9일 전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