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 해외진출 발판, 야금야금 글로벌 파이 잠식
[뉴스핌=김영훈 기자] 중국 투자은행(IB)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조용히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 투자은행들의 부상은 자국 업체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는 것에 따른 것으로, 중국기업의 글로벌화가 더 가속화되면 중국 IB들 역시 몸집을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상청(京東商城)은 중국 IT기업으로는 미국 증시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징둥상청의 17억달러 규모의 상장 주관사를 맡은 업체는 글로벌 IB들이었다. 한데 이들 가운데 딱 하나 중국 증권사인 화싱(華興)자본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 상장시 거의 해외 IB에 의존해왔던 것에 비추면 이례적이다.
화싱자본은 비록 글로벌시장에서 지명도가 거의 없지만 소리없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화싱자본은 올들어 중국기업의 미국증시 상장으로 가장 많은 수입을 얻은 금융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이 스위스 UBS은행, 모건스탠리 순이었다.
화싱자본은 올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일본 제외) 상장을 주관한 수수료로 4억5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
비록 중국 기업들이 주식이나 채권 발행시 또는 해외기업을 인수 할 때 여전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선호하고 있지만, 중국 투자은행들의 참여 비율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투자은행은 우선 중국 기업의 사정을 잘 알고 정부와의 관계도 긴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화싱자본의 바오판(包凡) CEO는 “하루아침에 징둥상청의 IPO 주관사가 된 것이 아니다. 2007년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고 IPO가 협력의 꼭지점이 됐다”고 밝혔다.
또 수수료 면에서도 서구 투자은행들보다 경쟁력이 있다. 중국 기업들이 수수료 면에서 특히 인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 투자은행은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은행 수입 가운데 이미 19%를 점유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중국 투자은행은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4.4%에 지나지 않았다.
화싱자본의 바오판 CEO는 “중국 투자은행은 전문 분야와 중소형 IPO를 주로 맡고 있다”면서 전문 분야가 없으면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화싱자본의 경우는 IT 분야다.
홍콩 소재의 자오상(招商)증권은 주로 중간 규모의 IPO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중국 부동산사이트 운영업체인 러쥐(樂居)의 뉴욕 상장을 도왔다.
해외 투자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해외 IPO 거래에서 수익을 얻는 기업도 있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中信)증권의 경우 주식 채권 외환 거래로 유명한 미국 BTIG LLC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궁상(工商)은행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탠다드은행(Standard Bank)의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런던 상품거래 및 외환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