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 '와즈다'. 아랍 여성들의 억압된 현실을 유쾌하게 조명한다. [사진=크리스리픽쳐스 인터내셔널 주식회사] |
영화 ‘와즈다’는 동명의 10세 왈가닥 소녀가 자전거를 손에 넣기 위해 코란 암송대회까지 출전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로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은 ‘와즈다’는 신체 접촉은 물론 얼굴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된 현대 아랍 여성들의 인권을 도마 위에 올린다.
‘와즈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시종일관 밝고 씩씩하다. 대체 비결이 뭘까 봤더니 주인공인 꼬마숙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가 해답이었다. 영화는 분명 아랍권 여성들의 답답한 현실을 담았지만, 이를 명랑한 소녀 와즈다를 통해 이야기한 덕분에 객석으로서는 부담 없는 접근이 가능하다.
사실 메카와 메디나가 자리한 이슬람의 성지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권에서도 보수적인 국가로 통한다. 이곳 여성들은 외간남자와 함께 있어서도 안 되고 외출할 땐 신체를 죄다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한다.
주인공 와즈다를 통해 자유를 이야기하는 여성감독 하이파 알 맨사우어(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감독)는 주변 캐릭터들을 통해 완고한 이슬람 율법을 표현했다. 일부다처제에 속상해하는 와즈다의 엄마, 그리고 하루종일 학생들에게 율법을 강요하는 교장선생님이 대표적이다. 감독은 인물의 확연한 대비를 통해 아랍 여성 인권문제를 세계인들과 공감하고자 했다.
감독의 시도는 꼬마배우 와드 모하메드의 열연으로 결실을 맺었다. 연기라고는 해본 적 없는 와드 모하메드는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메라 앞에 선 당찬 소녀다. 영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가 곧 자신의 삶인 이 소녀의 용기는 세계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베니스와 로테르담, 밴쿠버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도 ‘와즈다’를 주목했다. 이 영화는 작은 시작일 뿐이지만, 분명 희망을 품고 있기에 ‘와즈다’는 충분히 빛난다.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희망이 쏘아올린 단단한 다이아몬드 같은 영화 ‘와즈다’는 19일부터 만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