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은 모두가 존경하는 완벽한 ‘남자’다. 경찰은 물론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깊이 자리해있다. 그래도 평범하게 사는 길을 택했던 그는 일부러 더욱 거친 남자로 살아왔다. 해병대를 나와서 강력계 형사로 살아온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성 소수자’를 다룬 퀴어 영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망설여지는 작품이 아니다. 웃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혼선을 주는 장진 감독표 코미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덕이다. 장 감독 특유의 재치와 위트는 시종일관 크고 작은 웃음을 만들면서 코미디와 정극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웃음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펌프질하는 덕에 ‘성 소수자’라는 묵직한 소재는 거부감 없이 극에 녹아든다. 꽤 심오하고 또 대다수 관객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지만 장 감독의 유머가 버무러지니 한결 편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는 않다. 초반에 코미디에 치중했던 영화는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무게감을 형성한다. 단순히 성 소수자를 변론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영화는 그들을 향한 위로나 연민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과 다르다는 게 혹은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숨기고 살아가는 것(물론 지욱처럼 그것이 성 정체성인 사람은 극히 드물겠지만)이 하나둘 있다. 때문에 관객은 지욱에게서 억지로 세상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장 감독은 관객 스스로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자연스레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이 부분에서 ‘하이힐’은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이자 한 남자의 성장담이라고도 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에서 가장 추켜세울 만한 건 장 감독이 연출한 액션이다. ‘첫 도전’이라는 전제조건을 버린다고 해도 손색없다. 강렬하면서도 감각적이고 또 어딘가 무게감 있는 액션은 장 감독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대하지 않았던 액션 시퀀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 분명 또 다른 재미다.
물론 연출의 노련함 만으로 완성도 있는 영화가 나온 건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거북할 수 있는 캐릭터가 사실적인 옷을 입고 다가오는 데는 차승원의 활약이 컸다. 차승원은 지욱이라는 단 한 명의 인물을 통해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로맨스, 코미디, 액션, 감성 연기까지 다 되는 배우’라는 걸 확인이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매 순간 장면에 어울리는 농익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오정세, 박성웅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김민교, 정명옥의 연기는 재미를 더한다.
사실 개봉 전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이 “차승원이 여장했대”라며 킥킥거리고 웃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러닝타임(125분) 중간중간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차승원의 여장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관객이 영화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영화가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꽤 괜찮은 상업 영화임을 반증한다. 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