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측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직접 대화에 나선다. 그동안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지만 삼성측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진행된 반올림측과의 협상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가족분들과 반올림측에서는 양측이 대화하는게 우선이라고 하시니 그렇게 대화를 해나가다가 대화가 벽에 부딪히면 중재 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재기구 구성에 앞서 일단 양측이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 협상 진전..고소·고발 취하
이날 양측은 3가지 안에 대해 합의했다. 양측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의제에 대해 성실히 대화한다▲ 회사가 제기한 고소건에 대해 이른 시일내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다음 협의 일정은 6월중 실무자들이 협의해 정한다 등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 사장은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 폭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취지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고소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반올림측도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황유미씨 부친인 황상기씨는 "이인용 사장이 들어온 뒤 지난 교섭과 달리 진전이 좀 있었다"면서 "(삼성측에서) 피해자 가족을 어루만져주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가족분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 오랜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들의 아픔이 오래 간 것에 대해 유족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다음 교섭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달중 실무자들이 만나서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 백혈병 문제, 7년만에 해결되나
이날 교섭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만에 열린 것이다. 교섭이 진전을 보이면서 7년을 끌어왔던 백혈명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측이 전향전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문제 해결을 가로막던 걸림돌들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 이날 교섭에 앞서 "삼성은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달라"고 언급했던 황상기씨도 교섭이 끝난 뒤에는 "지난번 교섭과 달리 진전이 있었다"며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씨는 이날 교섭에 앞서 "처음에는 삼성이 산재 신청도 못하게 하고 피해자도 없다고 했지만 7년동안 싸우면서 법원에서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등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건 삼성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삼성에 노동조합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작업장을 안전하게 만들었다면 우리 유미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노동조합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교섭이 끝난 뒤 양측은 노동조합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교섭장에 반올림측은 단장인 황상기씨를 비롯해 9명의 교섭위원(황상기 등 피해자가족 7명, 활동가 2명)이 참여했고, 삼성전자에서는 커뮤니케이션팀의 이인용 사장, 백수현 전무, 백수하 상무, DS부문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교섭은 중간에 20분 정회를 거쳐 4시 45분쯤 끝났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