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논의...KB 내홍 장기화 가능성
[뉴스핌=노희준 기자]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이사회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 |
23일 이건호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 결과에 대해 "27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어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다시 논의키로 했다는 게 회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일정과 관련, "변동 가능할 수 있다. 다음주에 하기로 했을 뿐 확정된 게 없다"고 말해, 일정에서도 이 행장과 대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논의키로 한 것이 유일한 합의 사항인데 그 날짜조차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셈이다.
이날 이사회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양측의 이견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 쭉 얘기가 나왔는데 종합해서 다음주에 (논의)하기로 했다"며 "같이 연구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있었다. 은행이 다양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섰고 지주는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주발(發)상임감사 해임안 상정'에 휩싸일 정도로 양측의 대립 양상은 커져왔다.
실제 이 행장은 이미 이번 사태 이후 "모든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바 있는데, 그런 대응 방법 중에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외에도 사외이사 배임 고소, 사외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이 행장측은 원래 이사회 결정 효력 정지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하고 사외이사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반면 사외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상임감사가 내부 갈등을 두고 협의 없이 금감원 검사를 불러들이고 자신들에 대한 배임 혐의를 운운하는 데 대해 감정이 크게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이번 사태가 내부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경계했다. 이 행장은 "경쟁이나 갈등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이사들이 모여 은행에 가장 좋은 방안을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의 이사회 관계자는 "토론과 논쟁을 거쳐 진일보했다"면서도 진일보한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을 거친 거 자체가 진일보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려, 이번 사태에 대한 민감도를 드러냈다.
이날 이사회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향후 이사회 전망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벌어진 국민은행의 내홍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사회내에서 특정한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달 24일 이사회 의사결정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이 행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전산 시스템 교체 재입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행장은 이날 임영록 회장과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KB국민은행지부 성낙조 위원장 및 노조 간부 30여명과 만나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