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쑥과 갈대싹에 복지느러미 술 황금궁합
이번엔 당송 8대가의 한사람인 宋나라 소식(苏轼, 호는東坡, 1036∼1101)의 '惠崇春江晚景'(또는 '惠崇春江晓景')을 소개해본다.
이 시는 소식이 송대의 유명한 고승이면서 화가, 시인인 혜숭(惠崇, ?~1017경)의 '춘강소경'(春江晓景)이라는 그림을 보고 그 정경을 묘사한 제화시(題畵詩)이다.
<惠崇春江晚景>
竹外桃花三两枝,
春江水暖鸭先知。
蒌蒿满地芦芽短,
正是河豚欲上时。
복사꽃 두서너가지 대밭 너머 피어 있고
봄 강물 따스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아네
물쑥은 지천에 깔리고 갈대는 싹을 틔우니
바야흐로 황복이 올라 올 시절이네
혜숭의 그림은 전해내려오지 않지만 이 시를 보면 그 정경이 눈에 선히 떠 오른다.
중국 인터넷망에서 찾은 아래 그림은 필자가 이 시를 보면서 떠 올린 정경과는 다소 다르지만 그래도 제법 이 시에 어울릴 것 같아 올려본다.
이 시를 반복해 읽다 보면 몇가지 재미있는 표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강물 따스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는 두번째 구의 내용이다.
이는 실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먼저 안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탁상행정을 일삼는 관료들이 귀담아 듣고 명심해야 할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물가가 올라 생활 형편이 어려워진 사정은 관료들이 탁상에서 주어모은 통계수치로 알기 전에 이미 백성들이 먼저 안 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민심을 살피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제대로 된 정책이 설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경귀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다음은 '물쑥이 지천이고 갈대는 막 싹을 틔운다'은 셋째구의 표현은 '복어가 막 올라올 시기'라는 네째구와 조화를 잘 이룬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물쑥, 갈대싹은 복어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소식이 봄강의 정경을 묘사하면서 이 세가지를 함께 언급한 것은 참으로 절묘하다.
마지막 구(正是河豚欲上时)의 '欲上时'에는 봄철에 복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올 때'라는 뜻과, 복이 '시장에 출하되어 요리로서 상에 오를 때'의 두가지 뜻이 함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중국 당시 해설서 등에도 이렇게 달리 해석한 내용이 발견된다. 주당들은 당연히 후자의 뜻으로 받아들이 않을까 싶다.
어쨋든 작가는 봄이 돌아와 물쑥과 갈대싹을 부재료로 맛있는 복요리를 해 먹을 시절이 돌아 오는 것을 즐겁게 상상하면서 작시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복요리를 좋아하는 식도락가나 주당들에게는 이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복요리와 어울리는 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여 찾아 보았으나 정설은 없는 것 같다. 대체로 독하지 않은 술이 궁합이 맞는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주에 복지느러미를 태워 띄운 복지느러미술(일본어로 히레술)이 가장 환영받지 않을까 싶다.
향음에서 빚은 따끈한 청주에 복지느러미를 띄우고 복요리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는 호사를 누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글= 향음 이철성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