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카드사태 이어 금융권 신뢰 바닥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15일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 4명에 대해 살인죄로 기소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곧바로 청해진해운 관련 금융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6일 진주해역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검사 결과는 혀를 내두를 만하다. 일부 신협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금고로 악용된 흔적이 속속 드러났고,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부실대출로 판명됐다.
지난해 동양사태, 올해 초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유출 사태에 이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부당거래까지.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 세월호 참사로 또 깨진 금융권 신뢰
금융감독원의 금융권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 일부 신협은 유병언 일가 4명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6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사금고 역할을 한 정황이 밝혀진 셈이다.
신협중앙회에서 "유병언 일가의 신협계좌에서 타행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세모신협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만 했을 뿐 신협 자금이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권이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한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자금용도 심사를 생략하는 등 대출심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경우 완전 자본잠식 등으로 부실징후 기업에 해당됐지만 대출금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한 사실도 적발됐다.
청해진해운 관계사 및 관계인에 대한 42개 금융회사의 총 대출액은 3747억원이다. 금감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KDB산업, 경남, IBK기업,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10여 곳의 신협, 저축은행, 캐피탈,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권 전방위에 걸쳐 특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권순찬 기획검사국장은 금융회사의 고의과실과 관련해 "관계사와의 유착 때문인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인지는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금융사들이 고리대출업자와 마찬가지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 당국 업무 추동력 상실…官피아 논란 '직격탄'
세월호 참사로 금융당국 역시 상반기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했던 규제완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추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금융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던 금융위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업계와 전문가과의 간담회 등이 모두 취소되는 등 대책일정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금융위의 3대 핵심과제인 금융질서 확립, 금융시스템 안정, 금융서비스업 경재력 강화 중 우선 금융시스템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 주요 현안들은 대부분 추동력을 잃은 상황"이라면서 "최근 조용히 관련 대책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간 상황에서 규제완화 등도 힘을 받고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官)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료 출신이 유력하게 기관장으로 거론되던 인선은 아예 백지화됐고 임원 인선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손해보험협회장과 주택보험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도 상임위원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1급 인사 지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뿐 아니라 모피아(금피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확산되면서 곤혹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