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질라' 메인포스터 중에서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15일 국내에 개봉한 ‘고질라’는 1954년 일본에서 탄생한 괴수 ‘고지라’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은 괴수 고지라는 일본 괴수물의 상징이자 국민적 인기를 얻어온 전통의 캐릭터다.
할리우드의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이 만나 재탄생한 ‘고질라’는 인류에 대한 무거운 경고를 바탕에 깔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를 파괴한 인류가 결국 재앙을 자초한다는 게 ‘고질라’의 시나리오다. 마침내 자연이 자정에 나서는 장면, 즉 괴수가 맞붙는 전율의 액션신은 ‘퍼시픽 림’의 육중한 그것과 견줄 만하다.
영화 ‘고질라’는 인류가 맞는 재앙을 거대 괴수 ‘무토’로 형상화했다. 고농도 방사능을 먹이로 삼는 무토는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살육한다. 영화는 부화 전의 무토를 발견한 인류가 엄청난 위험을 예감하면서도 알량한 지식으로 분석하려 드는 오만을 꼬집는다. 알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긴 위정자들 역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괴수물 치고 나름 진지한 ‘고질라’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가장 자랑하는 호쾌한 액션 신과 만나면서 기로에 선다. 주인공들을 통해 극대화된 작품 속 공감대는 괴수들의 전투 신에 다다라 적잖은 혼란으로 다가온다. 이는 원조 ‘고질라’의 특성마저 비틀어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고민은 '고질라'가 괴수물이라는 사실을 잊었을 때만 해당된다. '괴수물이 이정도면 훌륭하지'라는 자기 타협이 이뤄진다면, 사실 '고질라'만큼 장르에 충실하고 시원한 영화도 없지 않을까 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