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윌 캐스터를 연기한 조니 뎁 [사진=영화 '트랜센던스' 스틸] |
인간 감성과 연결된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눈앞에 둔 윌. 하지만 그는 신기술이 인류 파멸을 자초하리라 우려하는 RIFT의 총탄에 쓰러진다. 당연히 ‘트랜센던스’의 기초모델 역시 폐기된다. 남편을 사랑한 에블린은 윌이 죽기 직전 그의 생각과 지식을 슈퍼컴퓨터 코어로 옮기고, 몸뚱이가 없는 윌을 모니터 속에서 부활시키는데 성공한다.
에블린은 새로 태어난 슈퍼컴퓨터가 윌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뜻을 함께 하던 맥스(폴 베타니)는 슈퍼컴퓨터가 인류를 위협할 거라며 떠난다. 혼자가 된 에블린은 RIFT의 추적을 피해 외딴 곳으로 숨고, 그곳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세계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영화 ‘트랜센던스’는 거대한 자연에 얹혀 일생을 살아가는 인간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윌과 기자의 문답 “신을 창조하겠다는 겁니까” “이미 그래 오지 않았습니까”에 사실상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트랜센던스’는 지식은 물론 감성까지 소유한 기계의 존재가 과연 인류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 진중하게 묻는다. 영화는 첨단 기술이 지성을 소유할 경우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면서 2시간 넘는 시간동안 객석을 생각에 빠뜨린다. 눈으로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미래를 그리게 되다니, 이건 아무래도 색다른 경험이다.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과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보여주는 점에서 ‘트랜센던스’는 ‘론머맨’이나 ‘그녀(Her)’와 비슷하다. ‘론머맨’이 기발한 상상력에, 그리고 ‘그녀’가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했다면 ‘트랜센던스’는 딱 중간을 택했다. 조니 뎁과 레베카 홀의 연기에 상상력 가득한 시나리오가 더해졌다는 점이 ‘트랜센던스’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트랜센던스’의 감독 윌리 피스너는 원래 할리우드에서 연출자가 아닌 촬영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메멘토’ ‘이탈리안 잡’ ‘베트맨 비긴스’ ‘다크나이트’ ‘인셉션’ ‘머니볼’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 그가 찍어낸 작품은 화려함 그 자체. 아카데미 촬영상까지 거머쥔 윌리 피스너는 기발한 상상을 담은 ‘트랜센던스’를 통해 처음 연출에 도전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윌리 피스너의 이야기 풀어내는 방식에 적응하려면 유감스럽게도 적잖은 타협이 필요하다. ‘트랜센던스’의 이야기는 분명 기발하고 섬뜩하지만, 초반 전개가 너무 늘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