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장기표류…세월호 사태로 우려 가중
[뉴스핌=정연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열린다. 장기 표류 중인 내수 부진이 '매파'로 평가받는 이 총재의 발목을 잡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기준금리를 움직일 뚜렷한 유인이 없는 만큼 5월 기준금리도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기도 했다.
관건은 언제 금리 정상화 사이클에 돌입할 것인가인데, 세월호 참사 등으로 내수 부진 우려가 가중된 점이 부담이다.
지표상으로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최근 한파 영향을 벗어난 미국 경기지표의 질적인 성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평소의 '매파적' 성향을 가감 없이 내보이기에는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수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ADB연차총회에서도 "깜짝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다소 완화된 스탠스를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한국은행 본점에서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세월호 참사로 소비 위축 우려
국내 경기는 좀처럼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물가성장률도 정책목표를 하회 중이며 경기 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의 세부 지표도 내수 부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GDP의 예상치 상회가 경기 호조를 반영했다기보다 R&D(연구개발 부문)를 자산 처리한데 따른 조정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국내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현재 소비부문은 과거 '확장기'라고 불렸던 2004년이나 2009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며 "1분기 GDP도 R&D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반토막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출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발표됐으나,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이 교체시기이기도 하고 5월 연휴가 지속돼 4월로 앞당긴 물량도 있다"며 "수출지표가 경기 확장세를 증명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내수부진 장기화에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 총재에게 세월호 사태로 소비 위축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렇다고 이를 외면하기에도 어려운 문제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는 과거 대형 참사 때와는 다르다"며 "경기 전망이 톤다운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사태와 비교되는 여러 대형 참사 때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 정보전달이 빠르지 않았으나 세월호 사태는 미디어에서 실시간 중계도 하고 있다"며 "사고 자체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는데다 여러모로 심리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사고 자체가 복원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 함준호 후보자, 5월 금통위 참석할까?
신임 함준호 금융통화위원 후보자의 데뷔 여부도 관심사다.
청와대 임명 과정이 남아 있어 함 후보자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세월호 사태 등 시급한 각종 현안이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통위 전날인 오늘(8일) 임명이 되면 바로 다음 날 금통위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후보자가 금통위원으로 최종 확정이 된다면 아직 '안갯속'인 함 후보자의 성향이 향후 금통위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불분명하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통화금융 전문가는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경향도 있고, 은행연합회 추천인사들도 다소 매파적인 성향이 우세했다"며 "이 외 여러 정황과 이유를 바탕으로 할때 중도매파에 가깝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라증권 권영선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관련한 그의 입장이 담긴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성향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중립 성향으로 분류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