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주=장주연 기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모여 만든 3D 옴니버스로 ‘유령’, ‘너를 봤어’, ‘피크닉’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여느 옴니버스 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영화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단편을 결합한 것이 아닌 신촌(유령), 좀비(너를 봤어), 만화(피크닉)이란 세 가지 이야기를 따로 펼쳐낸다. 물론 주제 역시 제각각이다.
먼저 류승완 감독의 ‘유령’은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승호(이다윗)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다. 그의 관심은 학교도 취업도 아닌 오로지 인터넷 사령카페에서 만난 여우비(손수현). 그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여우비의 말만 믿고 사령카페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비젠(박정민)과 함께 무모한 살인사건을 계획한다.
‘유령’은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 빠진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사춘기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모르는 학생들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갈 곳잃은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실화라는 사실을 인지할 때마다 오는 공포감은 예상외로 크다.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는 쉽게 말해 좀비들의 사랑이야기다. 영화는 인간과 좀비 출신 치료자들이 공존한다는 설정 아래 펼쳐진다. 좀비 치료자들은 끔찍했던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치료제를 먹으며 노예같이 살아간다. 좀비 치료자들이 일하는 공장의 작업반장 여울(박기웅)은 그 누구보다 좀비들을 경멸한다. 하지만 여자 좀비 시와(남규리)는 여울의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약을 먹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던 시와가 피로로 쓰러진다. 그리고 여울은 쓰러진 시와 앞에서 마침내 잊고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한 감독의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장르의 혼합이다. 한 감독은 그간 두각을 나타냈던 멜로 장르는 물론, 뮤지컬, 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절묘하게 뒤섞으면서 새로운 재미를 안기는 데 성공했다. 특별한 재주와 뛰어난 발상이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더욱이 여기에 좀비들의 감정 교류까지 제대로 안착하니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마지막 작품인 ‘피크닉’은 자폐증을 가진 여섯 살 동생 동민을 둔 여덟 살 수민(김수안)의 시선을 따라간다. 세탁소 운영으로 바쁜 엄마(박미현)를 대신에 늘 동민을 돌보는 수민. 그는 자신이 아끼는 만화책을 망가뜨린 동생의 행동에 화가 나고 엄마와 자신을 위해 동민을 절에 버리기로 한다. 그렇게 엄마 몰래 떠나는 남매의 위험한 소풍이 시작된다.
김 감독은 환상과 현실을 적절한 선에서 버무리며 관객들에게 배우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물론 여기에는 아역 배우 김수안의 공도 크다. 단언컨대 김수안의 열연은 ‘신촌좀비만화’에서 가장 돋보인다. 연기 신동이라고 해도 좋고 충무로의 기대주라고 해도 좋다.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아역 배우의 탄생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영화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즉 116분 동안 관객은 세 편의 단편 영화를 보게 되는 셈이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를 생각하고 본다면 적잖게 당황할 수 있다. 개개인의 완성도를 떠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덕에 영화의 부분적인 집중도나 밀도감은 확실히 높아졌다. 더욱이 세 편의 에피소드는 지루할 틈 없이 담백하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가장 주목받은 이유인 3D 활용도 놓치고 갈 수 없다. 더군다나 그간 3D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판타지적인 영상을 위해 사용됐던 것과 달리 ‘신촌좀비만화’ 속 3D는 리얼리티, 그리고 인물의 감정을 강조하는 요소로 활용됐다는 점이 새롭다. 그리고 이는 관객의 감정 몰입과 공감을 돕는다. 오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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