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황창규 KT회장이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었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이 명예퇴직 대상이다.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했던 2009년에도 명예퇴직은 있었다. KT 임직원들은 “회장이 바뀔때마다 왜 구조조정이 되풀이되어야 하느냐”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황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이 전회장의 구조조정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전 회장 시절인 2009년 매분기 말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은 그 해 연말 근속 15년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 황창규 회장은 명예퇴직 외에 그룹 계열사에서 명예퇴직자들이 2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가장 큰 차이다.
KT의 명예퇴직은 올해나 2009년 때나 예고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경영 실적 악화 및 방만 경영 등으로 인해 회사 안팎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2009년 명예퇴직은 KT 노조가 요구했고, 이번 명예퇴직 역시 지난달부터 황 회장과 노조가 머리를 맞댄 결과다.
◆방만 경영의 결과…예고된 구조조정
올들어 KT의 새 수장을 맡은 황 회장은 취임 후 KT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임원 물갈이에 나섰다.
지난 1월 27일 회장 선임과 동시에 지원조직의 임원급 직책 규모를 50% 이상 축소시켰고, 현장 중심의 임원을 선발, 회사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업력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KT 전체 임원수는 27% 줄어들었다.
이튿날 황 회장이 KT 정상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비상경영. 황 회장은 스스로 기준급의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 황 회장의 이 같은 속전속결식 구조조정은 KT 위기가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T의 위기는 썩은 고름이었다. 이 전 회장 출범 이전 30개사에 이르는 자회사는 52개사로 늘어 인수합병 과정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다.
주력인 통신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비통신 분야까지 보폭을 넓힌 점이 경영 악화와 지금의 KT로 전락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T는 통신 및 비통신 분야 등을 인수합병하면서 강도 높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수반됐다. 이석채식 구조조정은 부당해고 논란 및 낙하산 인사 등 수많은 구설수를 낳았다.
KT 직원수는 2009년 3만7000명에서 5992명이 명예퇴직하면서 3만1000명으로 줄었다. 2014년 현재 직원수는 3만1600명으로 경영 악화에도 불구, 늘었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 대비 직원수가 많은 점은 악순환의 요인으로 꼽힌다. SK텔레콤 직원수는 4200명, LG유플러스는 6700명이다.
KT 직원수가 많은 이유는 과거 한국통신 시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유선전화(집 전화), 유선 인터넷 등 유선사업 인력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KT의 2009년 매출은 19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945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은 23조8106억원으로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8740억원으로 내렸다.
현재 경영 상황이 2009년보다 더 나쁘다는 얘기다.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14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분기 첫 적자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다.
*표 : KT 2009년과 2014년 구조조정 비교<송유미 미술기자>
◆올해 명퇴자 급여 1억7000만원 추산
KT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24일까지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를 받는다.
이번 명예퇴직을 통해 고비용ㆍ저효율의 인력구조를 효율화 하는 한편,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화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라는 국가 정책 수용 및 이에 따른 인건비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2015년 1월 1일자로 도입하기로 했다.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복지제도도 개편된다.
이번에 명예퇴직하는 직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받는다. 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거나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 간 근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퇴직금 이외에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 치 수준이다. KT는 올해 퇴직급여가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9년에 시행했던 명예퇴직 시 지급했던 금액은 평균 1억4000만원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회사 상황이 2009년 보다 더 어려운 만큼 기업 생존을 위한 직원들의 명예퇴직이 불가피하다”며 “명예퇴직은 강제성이 없는 만큼 직원 개개인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올해 명예퇴직자가 2009년 수준인 6000명 안팎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황 회장이 지나치게 성과중시형 CEO가 아니냐는 반응도 일각에선 나온다. KT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적인 KT 조직에 개혁 속도를 높이기 때문으로 읽힌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