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통역 선교사 조요한(오광록)은 해외로 선교활동을 떠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며 뒤로는 커미션을 챙기기 바쁜 세속적인 사람이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선교 봉사를 떠난 8명의 한국인을 안내하던 요한은 선교단과 함께 갑작스레 반군에 납치당하게 된다. 반군은 그들을 인질로 잡고 국가에 우두머리 석방과 돈을 요구한다. 동시에 "세상에 신은 한 명뿐"이라며 선교단에게 기독교를 버릴 것을 강요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반군들에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요한과 선교단은 이내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그들 사이에는 위선, 거짓, 불신, 미움만이 남는다.
'시선'은 영화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보 선언’ 등 198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름잡던 이장호 감독의 20번째 작품으로 개봉전부터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19년만 에 메가폰을 잡은 이 감독은 녹슬지 않은 내공과 노련함으로 영화를 다듬었다. 오랜 공백이 믿기지 않을 만큼 편집의 완성도 면에서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다만 목숨을 위협당하는 이들이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다 보니 종교적 색채가 너무 짙다. 그 탓에 비 종교인, 혹은 반 종교인들이 다소 거부감이 갖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종교에 대한 의미와 물음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신앙심 깊은 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서 순교와 배교를 갈등하고 이면에 감춰졌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치명적인 결점을 지적한다. 선교단 납치라는 사건을 대하는 국내 신도, 국민, 국가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시에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은 (종교와 무관하게) 자기 자신의 믿음과 신념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장벽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그 난관과 대면했고 헤쳐나갔던 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백미, 캐릭터를 리얼하게 살려낸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주연 배우 오광록을 중심으로 故(고) 박용식, 남동하 김민경, 이영숙, 서은채, 홍성춘, 이승희, 이호 등은 입체감 있는 연기로 캐릭터를 살렸다. 폭염 속에 진행된 캄보디아 올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우들은 집단 연기 앙상블은 단연 빛난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