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QE 나서야 하지만 효과 딜레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회의에서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가운데 이미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패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식 양적완화(QE) 시행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스페인의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0.2% 하락, 부채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9년 이후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것을 필두로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물론이고 전망마저 빗나가고 있고, 이는 정책자들의 통제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나는 얘기다.
ECB는 물가 목표치를 2.0%로 설정하고 있으며, 최근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ECB의 전망에 커다란 신뢰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10월 제시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3월 인플레이션은 1.4%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이는 4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인플레이션은 6개월 연속 목표 수준을 밑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길버트 칼럼니스트는 “스페인이 이미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는 등 ECB가 손을 쓸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미국식 QE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QE에 대해 중점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QE가 정책자들 사이에 잠재적인 대응 카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실제 시행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통화정책 관련 딜레마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차단하는 한편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포함한 비전통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효과까지 어느 한 가지도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장과 경기 신뢰가 후퇴하는 동시에 유로화가 지나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로존이 일본 경제와 같은 전철을 밟을 여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