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협의 더 필요"…법률대리인 선임 후 소송액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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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관리공단은 지난 1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안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
[뉴스핌=김지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하려던 ‘담배소송’이 거듭 지연되면서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건보공단은 26일 내달 중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제기를 목표로 소송금액을 최종 확정하고 소송을 맡을 변호인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돌연 보류했다.
건보공단은 이날 “담배소송과 관련해 소송대리인 선임 공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관계기관과 협의중에 있어 취소됐다”고 연기됐음을 밝혔다. 당초 이날 오전 소송규모도 발표하려 했다가 전날 취소했다. 건보공단 측은 “소송가액 결정은 관련 부처와 더 많은 협의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 복지부·기재부·국회 보건복지위 ‘신중론’ 뚜렷
담배소송 준비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정부가 반대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전날 건보공단에 “구체적 내용을 충분하게 공유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보인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소송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4일 열린 건보공단 이사회에서도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담배 소송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지난달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건보공단이 검토하고 있는 담배소송 액수는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이다. 건보공단은 흡연피해 환자에게 지출한 비용을 배상받겠다는 것인데, 소송액수는 최대한 인정할 수 있는 환자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승소 가능성, 금연운동 확산, 그리고 부담할 소송비용 등을 고려해 소송액수를 결정한다.
국회에서도 담배소송에 대해선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국회보건복지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흡연과 질병과의 연관 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며 담배소송이 패소할 경우 선례로 남겨져 향후 금연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 건보공단 “소송의지 변함없어”
건보공단은 “담배소송 의지는 변동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송 시점은 더 늦어져 4월을 넘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건보공단은 당초, 소송액수를 먼저 확정한 후 26일 소송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기 위한 공고를 내려했지만 절차를 반대로 바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향후 소송대리인부터 선임한 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소송액수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송대리인 모집 공고기간만 15일인데다가, 서류절차를 시작으로 최종 선임, 그리고 선임된 변호인단과 논의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소송제기 시점은 계속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4건이 있지만 전부 다 패소했다. 흡연으로 인해 질병을 얻었다는 인과성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1년 2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이 패소판결을 내리면서도 “흡연과 폐암(소세포암)·후두암(편평세포암) 간의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내린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