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환율 상승을 반겨야 할 중국 수출 제조 대기업들이 오히려 위안화 가치 급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경기 하강 우려속에 적당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출 촉진제가 되면서 동남 연해안 수출 제조기업들에게 온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정작 교역 규모가 큰 수출기업들은 환율 상승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5년 환율개혁 이후의 지속적인 위안화강세로 중국 수출기업들이 위안화 가치가 계속 강세 일변도를 띨 것이라는 전제하에 환 리스크 방지를 위해 은행과 고정환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한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위안화의 강세행진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은행과 고정환율 계약을 맺었다"며 "이 때문에 정작 이번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 수출 대기업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급락세로 돌아선 국면에서 은행과의 고정환율 계약을 파기했다가, 자칫 위안화가 돌연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더 큰 손실을 입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의 상당수 완구 수출 기업은 위안화 약세로 수출 주문이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업과 바이어 쌍방이 눈치를 살피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선전(深圳)의 수출업체 관계자는 "위안화가 약세에서 갑자기 강세로 돌아설까 우려스러워 아직 고정환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향후 환율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실시간 환율을 적용했다가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현재 5%남짓인 무역 수익률 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광둥(廣東)성의 한 완구업체 사장도 "당장 다음달에 열리는 광저우 수출입상품 교역회에서 바이어에 어떻게 가격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며 "조속히 위안화 가치가 안정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일부 중국 기업은 위안화 약세로 수입 비용이 늘어나 곤란한 지경에 놓여있다. 철강 등 대종상품 무역거래플랫폼인 시번신간셴(西本新幹線)의 수석애널리스트 류추핑(劉秋平)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철광석 등 대종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 비용이 늘어난 중국 철강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업체의 바램과 달리, 중국 경기둔화 우려 고조와 함께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중국 외환거래센터는 21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5bp(0.0015위안) 오른(위안화가격 하락) 6.1475위안으로 고시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되는 위안화 약세를 금리 차익을 노린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 억제와 위안화 쌍방향 변동폭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조치로 풀이하고 있어,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 수출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