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녹색->청색경제로 이동..정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경제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최근 몇 년간 환경운동가나 시민사회 운동가와 기관들은 화석연료를 태워야만 하는 갈색경제(Brown Econmy)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수 있는, 저탄소 성장을 의미하는 녹색경제(Green Economy)를 주창해 왔다. 또 새로운 길이 있다. 바로 청색경제(Blue Ecnomy)가 그것이다.
![]() |
벨기에 경제학자 군터 파울리가 쓴 책 <청색경제>. 그는 청색경제를 통해 1억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출처=그라운드씽킹) |
청색경제는 우선 정부 주도적인,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Top-down) 방식의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자발적인 혁신에서 동력을 얻는다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
자연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산업들이 모여 생산과 소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세대 기업가들이 돈을 투입(투자)하기보다는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으며 지속가능한 사업을 벌여나갈 수 있다는 것. 100가지 혁신을 통해 청색경제가 1억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군터의 주장이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선임 리서치 펠로우(연구원)인 야세르 알-살레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석학들의 칼럼을 싣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 '청색은 새로운 녹색이다(Blue is the New Green)'이란 글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알-살레 연구원은 "가장 친환경적인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엄청난 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필요로 하며, 몇몇 국가들의 경우엔 그걸 감당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 지급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부국(富國)이라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술의 활용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UN)도 최근 전 세계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은 믿을 만하고 청정하며 가격도 알맞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청색경제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스웨덴의 태양 에너지 업체 솔라루스(Solarus)를 들었다.
솔라루스는 우주항공 산업에서 버려진 탄소 튜브로부터 태양광 패널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아도 쟁력 있는 가격에 지품을 내놓을 수 있다. 군터 이코노미스트는 "태양광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결국 납세자들의 돈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알-살레 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식의 청색경제 실현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커피업체의 경우 커피를 생산하는데 공장 능력의 0.2%밖에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나머지 99.8%의 생산능력을 버섯을 키우거나 단백질이 풍부한 가축사료 등을 생산하는데 쓰는 식이다.
누루 에너지는 재생가능한 부품,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등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 청정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신디 로즈는 카시트나 낙하산, 죄수들이 쓰는 담요 등에서 뜯어낸 가죽 조각이 등으로 패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 역시 청색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로 소개됐다.
알-살레 연구원은 이러한 청색경제 개념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도 언급됐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고개를 들면서 청색경제 역시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
민간이 혁신을 통해 주도하는 청색경제를 주장한 군터 파울리.(출처=위키피디아) |
지난 2012년 엘렌 맥아더 재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순환경제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게 연간 3800억달러를 벌어줄 수 있으며 이후 나온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가 이를 통해 연간 70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알-살레도 연구원은 "정보기술과 소셜미디어 발전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기업가들이 자금을 모으기는 더 쉬워졌다"면서 "이런 자금 확보를 통해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된다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 정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공유하거나 나눠쓰는 소비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청색경제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