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절차 검토 더 해야“
[뉴스핌=김민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집단소송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 시민단체와 재계 등 각계각층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이 제도는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집단소송제는 특정 사건에서 대표자 몇 사람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도 자동으로 배상을 받게 되는 제도로 주로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에서 도입하고 있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 14개 중 집단소송제와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 6개 과제가 아직 입법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는 느긋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140개 국정과제가 다 이행됐느냐”고 반문하며 “공정위가 가장 많은 국정과제를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 국장은 “요건과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더 봐야한다”면서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건 좀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집단소송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노대래 위원장은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법리문제, 부작용 방지장치 등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 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소송남발과 리니언시(자진신고)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 중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기업에게 과징금을 100% 감면해 주는 제도다.
금융당국도 집단소송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행 법체계 등을 검토할 때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는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지만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밀려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이날과 오는 24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불공정거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