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소니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다만 변화에는 둔감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질되면서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소니는 1955년 업계 최초로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라디오 'TR-55'를 내놓았다. 이후 지금의 소니를 만든 '워크맨'을 1979년 출시했다. 젊은 소비자층의 생활 문화를 간파해 시장에 내놓은 '워크맨'은 출시 2개월 만에 거의 모든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을만큼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워크맨은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가전제품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바꾼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히고 있다.
워크맨의 세계적인 흥행은 오히려 소니에게 독이 됐다. 자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지게 해 세계 시장의 흐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 자사의 표준을 강요하도록 만든 것이다.
소니는 워크맨 이후 CD플레이어, MD(미니디스크)플레이어를 내놓으며 오디오 시장을 이끌었지만 소비자들의 변화에 둔감했다. 소비자들이 MP3플레이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결국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자 소니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저용량 고음질을 표방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MD플레이어는 지난해 3월 생산을 중단됐다.
TV시장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아날로그 TV를 고집하다 삼성과 LG에 시장을 내줬고 비디오 테이프 시장에서는 베타맥스 방식을 고집하다가 VHS에 표준화 주도권을 뺏겼다.
소니의 몰락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폐쇄성이다. 타사의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은 기술 교류와 시장 흐름이라는 경영의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만들었다.
자사의 기술이 최고라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소니는 시장 상황과는 무관한 '혁신'을 내놓음으로써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어간 셈이다.
이와관련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우리 기업도)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