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T 자회사 직원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2800억원의 대출사기를 친 사건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직원은 회사 협력업체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나간 대출 가운데 2800억원을 가로챘다.
KT ENS의 협력업체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한 뒤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하면 SPC는 이 매출채권을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구조였다.
[자료=금융감독원] |
하지만 매출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으로 확인돼 사기대출 혐의가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금감원은 처음에는 정산적인 거래가 이뤄졌지만, 어느 시점에 매출은 없는데도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KT ENS의 직원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KT ENS와 협력업체의 거래는 2010년부터 이뤄졌고, 대출금의 용처에 대해서는 자금추척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번 대출사기로 3곳의 은행에서 2000억원을, 10개의 저축은행에서는 800억원의 대출사기를 당했다. 3개의 은행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국민은행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의 피해금액이 1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200억~300억원으로 알려졌다. 피해규모가 가장 큰 저축은행의 경우 230억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이번 대출을 정상 대출로 파악하면서 전혀 대출 사기 혐의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대출에는 다른 금융회사(증권회사)의 보증 등이 이뤄져 자금 회수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은행권은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서 사기를 당한 모 저축은행에서 2개 차주에 대해 취급한 대출이 동일차주 한도초과 혐의가 있는 것으로 적발돼 서면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 사기를 발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자료로 징구한 서류중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고 자금추적결과 대출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모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은 차주사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사기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모 저축은행은 KT ENS 직원으로부터 채권양도승낙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KT ENS는 협력업체에 대한 매출채권 존재를 부인하고 있어 피해 금융기관과 KT ENS의 법적 다툼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사기를 당한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진행중에 있고 검사결과 법규위반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대출취급 경위 및 내용 등을 신속히 파악해 보고토록 하고, 사고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토록 조치했다.
해당 은행들은 1차적으로 KT ENS에 매출채권의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입장이 다소 엇갈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KT ENS에 해당사의 매출채권이 맞는지에 대한 확인 후 대출을 취급했다"며 "거래기업의 주요의사결정자가 공모를 해서 은행을 속인 것으로 보여 은행도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NH에서 구조화하고 신탁기관으로 역할을 한 ABL(Asset Backed Loan)에 2회에 걸쳐 단순 참가은행으로 대출을 실행했다"며 "대출절차 및 심사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신탁기관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으므로 손실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임원은 "일차적인 책임은 정상적인 매출채권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한 KT ENS에 위조 여부 등을 검증할 책임과 변제 책임이 있다"며 "혹여 부정한 매출채권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진의여부는 수탁기관(농협은행)에서 확인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협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출절차 및 심사과정, 신탁자산관리 상에 있어 관련 규정에 의거 정당하게 처리했다"면서도 "국민은행의 주장과 달리, 신탁기관(농협은행)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는 원본 보전의 의무가 없는 증서"라고 밝혔다.
이는 사기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할 경우 국민은행의 대출에 대해서는 농협은행이 상환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