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삼성증권 압구정지점장 (02-3015-8700)
설 연휴 기간에 진행된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결정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급락으로 대두된 일부 이머징 국가의 위기 가능성과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 부진 발표에 따른 실망감을 들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감과 중국의 PMI(구매자관리지수)지수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점이 최근 증시 하락의 단초가 되고 있다.
먼저 아르헨티나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이머징 마켓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리스크라기 보다는 개별국가의 특수한 리스크로 판단된다.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가 악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신흥국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되는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시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 여부 및 그 규모라고 할수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예상대로 지난 12월에 이어 1월 미국 FOMC회의에서 추가로 100억달러 축소 결정이 나왔고 양적 완화 규모는 월간 650억달러로 축소됐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양적 완화 축소의 규모인데 이것은 미국의 재정상태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난 3차 양적 완화가 시작될 무렵인 2012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조 달러였는데 2013년 연간 기준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5605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미국 정부의 부족한 재정 수입을 메우기 위한 민간 차입금 규모는 지난 2012년 1조 1400억달러에서 2013년 7590억달러로 민간 차입금액도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재정상태가 양호해지면서 미 재무부 민간 차입금액도 줄어들게 되면 채권공급 물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1조달러 재정적자때 시작된 양적완화규모는 2014년 재정적자 규모가 2012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2분기까지 추가적으로 200억달러 가량의 양적 완화 축소가 진행되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지난 주 발표된 4분기 GDP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통상적인 경기침체 탈출로 보는 3%를 초과한 3.2%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3%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3분기 설비투자와 주택투자에 이어 4분기에는 소비와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미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의 경기회복은 확장국면을 이어 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분기 위축되었던 미국의 수입이 크게 늘면서 미국 경기회복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속도가 올해 2분기 중반부터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통화측면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이 경기 부양적 기조를 유지 내지 강화하는데 비해 이머징은 긴축으로 가는 모습이고 경기측면에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이머징은 아직 구조적 하락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경기와 통화정책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방향성은 미국 경기회복 속도, 이머징 경기의 소프트랜딩 여부, 자금 유출에 대한 이머징의 정책대응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분기 글로벌 시장 흐름은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규모 축소에 따라 박스권에서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머징 내에서 펀더멘탈에 따른 차별화가 주된 흐름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선진시장 중 유럽 증시의 경우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비중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머징시장 내에서는 미국 경기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멕시코와 더불어 펀더멘털이 건전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의 위기가 진행형이기에 당분간 국내증시의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상으로는 1870선에서 1980선 내외의 제한적인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지만 PBR 1배 수준 이하에서는 낙폭과대 대형주 중심의 분할매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