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순익 1위 대기록.."올해 신사업 도약 원년 삼을 것"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를 맞은 금융투자업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 ′구조조정′과 ′지각변동′의 흐름 속에 선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선택과 집중, 전문화와 다각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주요 증권사 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새해 포부와 경영 전략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사진: 김학선 기자>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올해로 8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유 사장은 지난해에도 수식어들만큼이나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3년 연속 순익 1위. 경쟁사들이 지점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안에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 없이 얻어낸 결과라 눈부시다.
◆ "수익구조 황금 비율‥헝그리 정신 무장"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4월~9월) 658억원의 순익으로 3 년째 업계 최고 자리를 지켰다. 가장 큰 비결은 다각화된 수익 구조다. 브로커리지(BK) 비중이 40%,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AM)가 각각 30%씩 고루 구성되어있다.
유 사장은 "BK, IB, AM의 수익구조가 황금 비율로 구성되어 있어 시장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주요 수익원도 5~6 개 분야로 다변화되어있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거래대금이 금갑하며 증권사들의 주수익원인 브로커리지가 타격을 받았지만 다각화된 수익구조는 어려울 때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유 사장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기반으로 신사업 발굴을 통한 추가 수익발생과 글로벌 진출을 통한 수익원 창출에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빛나는 성과의 또 다른 배경으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그룹 계열 증권사가 아닌 독립 증권사라 직원들 저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뛴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비빌 언덕이 없는 독립증권사다 보니 각자 위치에 서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의 노력이 큽니다"고 강조했다.
◆ "올해 新사업 도약 원년"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2년째, PBS(프라임브로 커서비스) 부문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PBS 시장에서 1%대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연초 26%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도약했다.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우수 인력을 확보한 데다 신PBS 시스템 을 구축하며 영업 인프라 수준을 업계 최고로 끌어올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7월 체결한 '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펀드' 와 '대신 에버그린 롱숏펀드'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으는 등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유 사장은 "국내 최고 프라임브로커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구축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PEF) 규제 완화안에 따라 벤처형 헤지펀드 설립과 해외 우수 헤지펀드의 국내 진출 가능성과 고액 자산 가와 기관 투자가 등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PBS 서비스 제공 대상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유 사장은 "기존에 수임중인 펀드는 안정적으로 우수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우수한 신규 헤지펀드 발굴 및 펀드 인큐에비팅 역량을 배양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수익원 확보를 위한 신상품 개발 및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신연금저축계좌·롱숏펀드·지수형 ELS 주목해야"
올해 주목해야 할 만한 투자상품으로는 신연금저축계좌 롱숏펀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추천했다.
저성장·저금리·노령화라는 화두가 지속되고 있어 자산관리의 기본이 노후자금 마련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유 사장은 "신연금저축계좌는 납입액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추가로 투자수익에 대해 이자 배당소득세가 과세이연 된다"며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핵심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증시가 올해도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원금을 지키며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상품에 주목하라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올해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6~8% 수익률을 제시하는 지수형ELS 상품으로 원금을 최대한 지키면서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주가 하락 시 손실 위험이 높은 주식형 펀드 보다 보수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롱숏펀드의 투자 역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 "해외진출, 20~30년 후를 봐야‥법을 꼭 지켜라" <사진: 김학선 기자>
국제 업무를 20년 가까이 해본 국제통 답계 유 사장 해외 시장 에서도 확고한 철학을 지키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0년 인수한 베트남 현지합작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은 당시 업계 50위에서 지난해 25위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15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기존 지분(48.8%)도 92.3%로 확대했다. 베트남 법률 에 따르면 기존에는 금융 부문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율이 49% 이하였고 지난해 100%를 보유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 됐다. 49% 이하가 아니면 아예 100%를 보유해야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그간의 기여를 감안해 예외를 인정해 준 것이다.
유 사장은 "베트남에서 수년에 걸쳐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확보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남보다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20~30년 후를 생각하고 정석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머징 국가에 진출했을 때 선진국 보다 관행, 문화 등을 더 따져야 할 때가 많지만 "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유 사장의 확고한 철학이다. 베트남의 성공 모델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해 성공하기 위해 가장 고려해야 하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나온 답변이다.
그는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30년 후를 보고 추진해야 되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차근차근 단계적 성장시킬 예정"이라며 "적어도 30년 후를 대비해서 심도 깊은 연구와 준비로 관련 지식을 쌓고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또 하나의 전설, 2020년 亞 최고 IB 가 되는 꿈"
유 사장은 취임 초부터 '금융 실크로드' 구축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해외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에서 '전설의 제임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유 사장은 이제 또 다른 전설을 세우려고 한다. 2020년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최고의 IB로 키워내는 것.
베트남 법인의 성장 속에 향후 이슬람 금융의 물꼬가 트이면 말레이시아를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최대 IB CIMB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CIMB가 규모 대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등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만들어 활용하는 국제화에 눈여겨 보고 있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일본, 중국 등의 증권사들 보다 규모면에서는 밀릴지 몰라도 아시아 각국에 잘 형성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면 영향력, 실력 측면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