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피해자가 피해사실 입증해야, 법원 판례 필요”
[뉴스핌=최주은 기자] 정보 유출 사태로 카드사가 공지한 배상 방침이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거나 피해 입증을 고객이 해야 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형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롯데카드센터가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정보가 유출된 카드사들은 ‘2차 피해’가 발생하면 모든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는 금전적 피해의 경우 전액 배상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부정사용에 따른 배상은 이미 카드사에 있는 기본 규정이다. 국내 카드사에서는 제3자가 타인의 신용카드를 부정 사용했을 때, 전액 배상해주는 규정을 갖고 있다.
여기다 카드사는 정신적 피해를 별도 배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인터넷 뉴스 댓글이나 SNS 등지에서는 ‘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상하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최근 대출, 게임 등 스팸메시지가 늘었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신적 피해 입증과 배상 수준이다.
KB국민카드는 정신적 피해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로 인정되는 경우 별도 배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피해 입증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서로 간 정신적 피해 여부 확인이 쉽지 않다”며 “판례 등 법원 인정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정신적 피해를 ‘어떤 사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보 유출로 성난 고객과 여론을 의식했던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 때와는 다른 신중한 모습이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도 정신적 피해 배상안에 대해서는 국민카드와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혔으면서도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신적 피해 배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08년 대법원은 GS칼텍스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 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피해를 고객이 직접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상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더구나 2차 피해가 정보 유출에 따른 것인지 여부의 판단은 더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피해 배상에 대한 언급은 성난 민심과 여론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은 "법을 통해 한 개인이 금융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냐"며 "정신적 피해 배상에 대한 카드사의 의지가 없는 한 배상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