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밀려드는데 '소극적 대처' 분통
[뉴스핌=최주은 기자] #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를 모두 보유한 직장인 A씨는 카드 해지를 위해 콜센터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전화 연결이 안됐다. 농협카드는 전화는 연결됐지만, 상담원과의 통화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A씨는 업무 중에 마냥 전화기만 붙잡고 있을 수 없어서 약 30분을 대기하다 끊었다.
# 직장인 B씨는 카드사 콜센터 전화 연결이 쉽지 않자 영업점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을 볼 참이었지만, 영업점에는 점심시간 이전부터 벌써 대기자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자 B씨는 카드 재발급 신청을 포기하고 영업점을 나왔다.
3일째 카드 재발급·해지 행렬이 줄을 잇지만 이에 동참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전화는 먹통, 영업점은 북새통이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최근 카드 재발급·해지 사태에 대해 "카드사 콜센터와 전화 연결은 하늘의 별따기. 카드 재발급 신청은 복권 당첨만큼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의 불편에도 카드사들은 미온적 대응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본사 인력 1000명을 영업점에 내보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롯데카드는 콜센터 인력 확충을, 농협은행은 일부 지점 영업점 운영 시간을 확대한 게 고작이다.
대형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롯데카드센터가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A씨는 “사실 카드사들은 무턱대고 전화연결 될 때까지 시도하라는 거 아니냐. 상황상 전화를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방법이 없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연락을 주는 콜백이라든지 고객을 배려한 시스템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B씨는 “상당수 직장인들이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러 은행을 찾는데 직장인 근무시간보다 은행의 영업시간이 짧다. 업무를 보려는 사람이 폭주하는 상황인데 탄력 있는 영업점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카드 재발급·해지가 175만건에 달한 만큼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이 유출된 롯데와 농협카드의 경우 일괄 재발급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객 동의, 발급 비용 등의 이유를 들어 카드사는 사실상 이를 고려치 않고 있다.
또 카드사가 사후조치로 내놓은 SMS 서비스도 피해자들에게 일괄 적용하는 게 아닌 신청자에 한해서만 무료로 제공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발급을 하려면 일단 개인동의를 거쳐야 하고 기존 카드에 연결된 자동이체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재발급·해지 신청이 폭주 수준”이라며 “고객 불편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인력 풀가동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도 “평소보다 상담원 수를 60% 늘렸는데도 너무 많은 상담요청이 들어와 연결 자체가 어렵다”고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오후 6시 기준 카드 3사의 누적 재발급 요청은 총 97만3000건, 해지 요청은 77만3000건이다. 따라서 이들 카드사의 재발급 및 해지 신청 건수는 총 174만6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 재발급 요청은 농협카드가 52만5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카드 24만6000건, 롯데카드가 20만200건 순이었다. 해지는 KB카드가 35만7000건, 농협카드가 35만2000건, 롯데카드가 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