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 “올해도 아버지께 캐디백을 맡겨야 될 것 같아요. 골프백 메신지 벌써 10년째로 건강도 썩 좋지 안으신데...”
‘부산아가씨’ 김보경(28·요진건설·사진)은 지난 17일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대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안으신데 올해도 캐디백을 맡기려니 마음이 아프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아버님 전 상서’는 계속됐다. “무릎까지 좋지 않은데 아버지가 계속해서 캐디백을 메겠다고 하시니 방법이 없다”는 그는 “대회가 많이 늘어나 올해 참가하는 대회 전부 백을 메지는 못하실 것”이라며 “아버지를 위해서도 승수를 더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저도 아버지가 백을 메주는 게 편해요. 이제 눈빛만 봐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서로 알거든요.”
골프의 ‘골’자도 모르던 아버지가 그의 코치 노릇까지 하니 아버지가 곁에 없으면 슬쩍 불안하기까지 하단다.
지난 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과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한 공을 그는 전부 아버지에게 돌렸다. 2연승을 확정한 순간 그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물을 보일만도 했는데. 정작 그의 뒤에서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처음에 아버지는 캐디가 아니라 ‘짐꾼’이었어요. 클럽별로 차이가 뭔지 그린의 경사는 어떻게 읽는지 전혀 모르셨어요. 그런 아버지가 제 코치까지 자임하고 계시니 신기하고 엄청나지 않아요.”
돈이 아까워 아버지를 캐디로 썼다는 그는 사실 찢어지게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린피가 없어 골프장에 10번도 못 갔다.
정식 레슨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후배의 배려로 공짜로 연습할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죽어라 볼만 쳤다.
그렇게 부녀는 ‘무에서 유’을 만들었다. 골프를 모르는 선수와 코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윙을 완성했다. “연습을 하도 많이 했더니 스코어가 줄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도 골프연습 외에는 생각하는 게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 하나 없을 정도로 오로지 연습이다.
골프선수를 둔 부모들이 하는 말이 있다. “보경처럼 연습하면 된다”는 것. 맞다.
하루에 300~400개씩 볼을 때리는 그는 올 겨울 동계훈련은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코스도 길어지고 러프도 길어져 부상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에 몸을 만들어 둬야 한다는 것.
그는 그 흔한 해외전지훈련도 아직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물론 올 겨울도 계획이 없다. 하지만 강추위가 길어지면 아주 잠깐 가까운 해외로 훈련을 다녀올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해 동계훈련에서 체력훈련에 치중해 재미를 봤다. 드라이버 비거리를 260야드까지 늘렸다. 20야드는 더 늘어났다.
갖은 고생 끝에 정상에 올라서 그럴까.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가 없다. 표정이 냉정하고 차갑게 보일 정도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그는 “스스로 감정기복이 없다”며 올해 메이저대회나 지난 해 우승했던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