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철도파업이 남긴 것은..민영화·부채 논란, 경제 손실 1조 남겨
22일간에 이르는 사상 최장 기간의 철도파업은 약 1조원의 국민경제 손실을 입힌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철포 파업의 원인이 됐던 민영화와 코레일 부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
역대 최장기간 파업의 '후유증' 때문이다.
민영화 논란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코레일과 경찰의 파업 노동자에 대한 징계도 넘어야할 숙제다. 긴 파업으로 인해 국민 경제 피해액도 1조원으로 추산된다.
노사정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큰 상처다. 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철회는 '휴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언제라도 다시 총파업과 강경대응이란 구도가 재연될 수 있어서다.
◆철도 운행, 정상화까지 최대 1주일
승객들이 예전처럼 철도를 탈 때까지는 최대 1주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체 인력의 피로도가 커졌고 파업 참가자의 업무 복귀는 빨라도 4일 정도는 걸리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파업으로 업무를 중단했던 직원들에 대해 '안전 복귀 프로그램'에 따라 사흘간 교육을 한다. 사흘 동안의 교육이 끝나도 소속 기관장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복귀자들은 당분간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길었던 파업 여파로 전 파업 참가 직원들이 모두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는 1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레일 장진복 대변인은 "자칫 대량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철도의 특성 때문에 충분히 안정됐다고 판단해야 업무에 투입한다"며 "이렇게 되면 파업 참가자 전원이 업무에 투입될 때까지 1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부채 논란 불씨남아
철도 파업의 빌미가 된 민영화 논란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우선 정부는 수서발 KTX(한국형 고속철도) 운영 법인은 경쟁체제를 위해 도입한 것일 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민영화 전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민영화 '함정'은 정부 스스로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토부는 관련 법 어디에도 민영화 방지 내용을 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유럽을 방문해 '공공부문 개방'을 역설했다. 이같은 정부의 모호한 입장은 철도 민영화와 이에 따른 운임 폭등 '시나리오'가 나오게 한 근본 이유라는 것이다.
더욱이 수서KTX는 코레일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광명역을 지나는 기존 KTX와 경쟁해야 한다. 경기 서부권이나 서울 한강 이북 지역에 사는 사람이 강남의 끝에 있는 수서역까지 KTX를 타러 갈 이유는 없다. 수서KTX의 운임이 서울역 발보다 1000원 더 싸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철도노조는 수서KTX가 코레일이 부실에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KTX 운임 수입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수서KTX가 출범하면 이 가운데 4000억~5000억원이 빠져나간다. 코레일의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민영화의 빌미가 된 17조8000억원의 코레일 부채에 대해서도 서로 주장이 다르다. 우선 국토부는 매출액 대비 48%에 이르는 인건비를 부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코레일의 방만경영이 부채를 키웠다는 것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공항철도 인수와 같은 정부 정책사업이 부채를 늘렸다고 맞서고 있다. 벽지 노선과 같은 적자노선에 대한 정부 보조(PSO)도 당초 손실액의 80%에서 59%까지 줄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2조5000억원의 차량 구입비와 공사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던 4조5000억원의 부채, 그리고 장부 표기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 생겨난 3조원의 부채와 용산역세권 사업 실패에 따른 3조원 가량 부채를 감안하면 모두 10조원이 정부 때문에 생겨난 부채라는 이야기다.
수서KTX가 독자적으로 운영돼도 철도 부채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국토부는 수서KTX가 선로사용료를 계약대로 50%를 내면 철도시설공단의 부채가 줄어든다고는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레일 부채를 축소하는데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설명 못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객원연구원은 "수서KTX를 직접 코레일이 운영하면 오는 2020년부터 코레일은 기존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라며 "철도 민영화는 결국 코레일을 더 부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지 표면화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결국 철도 파업은 잠시 수면 밑으로 들어갔을 뿐 언제라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490명 중징계..노사 갈등 '첩첩산중' 예고
길었던 파업 기간 만큼 노-사, 노-노 간 정신적 앙금도 크다. 우선 노사 간에는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가 남아 있다.
코레일은 파업 참가자 8800여 명 가운데 주동자 490명을 지난 28일 이미 징계 위원회에 회부했다. 특히 이들에 대해서는 정직(3개월 업무 중단) 이상 중징계를 내린다는 게 코레일의 방침이다. 이 가운데 195명은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나머지 단순 파업 가담자도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코레일 경영진은 파업 때마다 되풀이 됐던 '솜방망이 처벌'을 이번에는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불법 파업에 대한 처벌이 약하면 노조원이 파업을 결정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진다"며 "복귀 시기에 따라 징계를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간의 갈등도 예상된다. 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노조원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의 갈등이다. 특히 코레일이 파업 기간에 뽑은 170명의 대체 인력은 노-노 갈등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국민 경제 피해 1조원..시멘트 업계 '직격탄'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국민경제 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화물 운송 차질로 인한 물류 업계의 직접적인 피해와 연관 산업계의 동반 피해를 합친 것이다.
당장 코레일은 철도 운행이 줄어 약 2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송 수익 감소와 대체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급으로 인한 손실이다.
직격탄은 철도 밖에 수송 방법이 없는 시멘트 업계가 맞았다. 시멘트 업계는 평시 대비 38%로 떨어진 수송률로 인해 22일간 15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시멘트 수송 차질로 인한 건설 현장의 자재 부족도 손실로 이어졌다. 건설업계는 보통 한겨울이 오기 전인 12월 말까지 시멘트 타설을 끝낸다. 하지만 올해 12월은 손을 놓고 있어야 했다. 시멘트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서다.
부산항으로 운송하는 수출 콘테이너도 경기 의왕시 철도 화물기지에 잔뜩 쌓여 있다. 미리 사놓은 열차표가 사라진 탓에 여객들이 입는 피해도 컸다. 철도 파업 피해은 이렇게 천문학적 경제 손실을 남기고서야 끝이 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2월 한달간 국민 경제는 최대 1조원이 빠져나간 셈"이라며 "민간 경쟁이 도입되면 이번 같은 전면 파업도 없어 국민 경제 손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