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근 수쿠크 발행..한국, 2009년 법 개정 좌초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뉴스핌 이에라 기자] "이슬람 금융 도입은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long-term)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은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슬람 금융이 도입되면 증권사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유 사장은 "현재 이슬람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과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며 "이슬람 금융을 하고 싶어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적어 이자 메리트가 크다"며 이슬람 금융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돈이 넘치는 곳이 중국과 중동인데 우리는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와야 한다" 며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돈을 쓰지만 중동은 순수 투자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이 비이슬람 국가 중 최초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 약 2억 파운드(약 3450억원)를 발행하기로 하자 국내에서도 다시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해 세계에서 발행된 수쿠크 규모가 810억 달러(약 85조7400억원)로 전년대비 82% 급증, 향후에도 이슬람 금융의 성장 기대감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쿠크란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금융 거래에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부동산 임대료나 수수료 등을 통해 투자 수익을 투자자에게 주는 채권이다. 지난 2009년 정부에서는 중동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한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법률 개정을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된 바 있다.
유 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쿠크 법안 무산 이후 이슬람 금융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지만 자금 조달을 위해 다시 주목할 때가 됐다"며 "이슬람 금융의 상징성을 갖춘 수쿠크가 도입되면 이슬람 금융 활용이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람 금융의 창구로 여겨지는 말레이시아 시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국제 금융센터(MIF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전세계 이슬람채권 발행 잔액은 전년동기 대비 11.7% 증가한 2494억 달러(약263조 9900억원)를 기록했다. 국가별 이슬람 채권 발행 비중은 말레이시아가 70%로 압도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10%, 7%로 뒤를 이었다. 통화별 발행 비중도 말레이시아 링깃 채권(66%)이 미국 달러 채권(17%)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이미 국내 기업 가운데는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말레이시아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유 사장은 "말레이시아는 금융수준이 높고 이미 우리나라와 금융 거래도 많은 편"이라며 "말레이시아 금융으로부터 개방성, 국제성, 진취성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최초로 이슬람 금융 전담 조직을 구축,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샤리아위원회 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조언을 받는 등 이슬람 금융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준비를 해왔다.
한편, 이 자리에서 유 사장은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장외파생,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등에서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틈새 시장에 주력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