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꽃뱀으로 얼룩진 1년…외도 후 자살한 공무원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국무총리실(현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5560명이 1단계로 세종청사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세종청사 시대가 벌써 1년을 맞았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4800여 명이 12월 이전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만 1만명이 넘게 된다. 그러나 세종시는 현재 부족한 인프라로 신음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곳곳이 공사중이고 상가지역이 적은 탓에 임대료가 높아 식당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뉴스핌이 세종청사 1년을 점검한다.[편집자註]
[뉴스핌=김민정 기자] ‘행복도시(행정복합도시)’여야 할 세종시가 일부 공무원 가족들에겐 ‘불행도시’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종청사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먼저 공무원들에게 퍼진 것은 꽃뱀주의보였다. 혼자서 타지에 나와 생활하는 간부급 공무원들을 서울에서 내려온 꽃뱀들이 노린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남녀 공무원이 낀 불륜설이 나도는 등 세종시에선 잊을만 하면 곳곳에서 “또 일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기혼 여성 공무원이 같은 부처의 직원과 외도를 하다가 죄책감에 모텔방에서 자살을 한 사건은 세종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이달 초에는 한 부처 간부의 부인이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다”며 해당부처에 조사를 의뢰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 국무조정실 공무원이 꽃뱀과 엮였다는 소문이 돌아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왜 이 같은 일이 계속 터지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래선 안되지만 외롭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대부분 서울에 가족을 두고 온 탓에 세종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퇴근 후 활동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평일 저녁에 자주 만나던 친구들은 주말에나 봐야 하고 제대로 된 영화관, 도서관 등을 갖추지 못해 문화생활도 어렵다.
때문에 유일한 여가생활이라곤 함께 세종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과 청사 근처에 있는 대전 유성, 조치원, 오송 등으로 나가 술 마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사 이전 후 인근에 노래방과 술집 등 유흥업소도 많이 늘었다.
여성 공무원들이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고 밤에는 주로 남성 직원들만 남아 식사나 술자리를 갖게 되면서 남성중심적인 문화도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간부급 공무원은 여성들도 함께 하는 저녁 자리에서 남녀간의 성행위를 묘사한 표현으로 성적인 농담을 던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았는데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한 공무원은 “자꾸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서울에 있는) 집에서 걱정할 것 같다”며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