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입주 6개부처 출장비 1년간 2.5배 급증…업무공백 심각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국무총리실(현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5560명이 1단계로 세종청사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세종청사 시대가 벌써 1년을 맞았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4800여 명이 12월 이전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만 1만명이 넘게 된다. 그러나 세종시는 현재 부족한 인프라로 신음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곳곳이 공사중이고 상가지역이 적은 탓에 임대료가 높아 식당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뉴스핌이 세종청사 1년을 점검한다.[편집자註]
[세종=뉴스핌 김민정 기자] “국장님 지금 서울에 출장 가 계시는데요.”
세종시 공무원들은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지난해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사왔지만 서울에서 봐야 할 업무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20일 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각 부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무원 출장비는 2.5배 이상 늘어났다. 시내 출장으로 분류됐던 서울 출장 건수가 여전히 많지만 2~3만원이면 족하던 출장비에 KTX요금과 숙박료 등이 추가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하루 출장비 2만원에 택시 이용하면 1만원 정도 추가되던 출장비가 시외 출장이 되면서 확실히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입구.[사진=김민정 기자] |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지난 6월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석달간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출장건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1119회나 증가했다. 총출장비와 건당 출장비도 각각 3억원과 1만4000원씩 늘었다.
각 부처 ‘장’들의 움직임만 봐도 서울에서 처리하는 업무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주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보면, 공식 일정이 없던 11일을 제외하고 12일부터 15일까지 국무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경제·민생 활성화 대책회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공공기관장 조찬간담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7개의 공식일정이 모두 서울에서 진행됐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 이상 서울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세종청사 시대’가 개막된 이후 처음 치러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왕복 약 300km를 오가는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감이 열리는 날엔 각 부처 공무원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상경했고, 세종청사에서 국감이 진행되는 날에는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KTX를 타고 세종시를 찾았다.
서울로 가는 열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마무리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감기간 중 세종청사 각 부처에선 업무공백도 적잖게 발생했다. 하루에 4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야 하는 탓에 가뜩이나 피로한 국감 일정이 공무원들에겐 더 힘겨웠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비효율 문제는 한 동안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특히 내달 중순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소속 공무원 4800여 명이 세종청사로 오면 출장비 지출과 길에서 하루에 서너시간을 보내는 공무원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공무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 서울사무소에 신고하는 건수가 굉장히 많다”며 “서울에서 업무가 많은 부처들은 결국 서울에 있는 사무소들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다른 공무원은 “다른 부처들도 업무협의를 위해 국회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차로 더 많은 부처가 내려오게 되면 소요되는 비용은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