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은행권에 20%에 이르는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형 은행 다섯 곳 중 한 곳이 매각되거나 자산이 분할되는 과격한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세계 주요국에 영업망을 갖춘 글로벌 은행이 현재 25개에서 10개 이내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이 영업의 무게중심을 해외 시장에서 국내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7일(현지시간)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은행업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몸집 줄이기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말 기준 8.6%로 전년 7.9%에서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인 10~12%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볼 때 은행간 수익률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미국 은행이 지난해 8%의 ROE를 기록한 데 반해 유럽 은행권은 2%에 그쳤다. 유럽 은행권 지표에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주변국 은행이 포함되지 않았다.
맥킨지의 프리츠 노크 디렉터는 “글로벌 대형 은행의 대대적인 통폐합은 현실성 없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통폐합이 수익성 측면에서 전체 은행권의 체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보다 엄격해지는 자본 규정과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가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동시에 통폐합의 여지를 높이고 있다고 맥킨지는 주장했다.
과거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은행 위기가 발생했을 때 20년에 걸쳐 50%에 이르는 통폐합이 이뤄졌다.
맥킨지는 앞으로 이뤄진 글로벌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당시와 같이 과격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감독 당국 뿐 아니라 고객과 주주에 이르기까지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폐합과 아울러 은행권의 수익 창출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은행은 전세계에 걸친 영업망과 자산 운용, 높은 프리미엄, 고성장 시장의 선두 진입 등에 기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비용 절감과 상품 슬림화 등 보다 기본에 충실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