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칼럼 "잘못된 훈수…되레 미국이 문제"
[뉴스핌=주명호 기자] 독일이 수출 의존이 문제라는 미국의 지적에 정면 반박했다. 이런 대응은 한국 등 마찬가지 수출 의존 및 경상수지 흑자국에 시사점을 남긴다.
30일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반기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집중적으로 언급된 국가들(한국, 중국, 일본, 독일)은 수출주도형 정책을 통해 자국 경제를 꾸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중 특히 이례적으로 독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내놓은 점이 주목되고 있다.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출처: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
보고서는 유로존이 금융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독일은 높은 경상흑자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명목 경상흑자 규모가 중국을 뛰어넘기도 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미국 재무부의 입장은 유로존 국가들이 경제 불균형을 타파하고 안정화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독일과 같은 국가의 국내 수요 성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출을 통한 흑자 규모를 줄이라는 얘기다.
독일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독일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독일의 경상흑자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로존, 더 나아가 세계 경제와 관련해 전혀 걱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무역 정책으로 인한 독일경제 성장이 세계 경제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무부 대변인은 "독일은 탄탄한 임금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이미 내수 중심으로 경제가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수 부양에 부진하다고 지적한 미국의 평가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외부적으로도 미국의 이런 지적이 온당하지 못하다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데온 라흐만 칼럼니스트는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잘못된 훈수(America's misplaced lecture to Germany)'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라흐만은 독일보다 오히려 미국이 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한도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해 셧다운이라는 상황까지 연출한 것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독일 경제정책에 대해 이런 지적을 내놓은 것은 뻔뻔할 뿐더러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이 "점점 마약처럼 세계 경제에 작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양적완화 축소여부에 대해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그는 이런 점에서 "독일은 미 재무부에게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라고 쏘아 붙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