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한진해운에 1500억 지원..전략적 판단?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3/10/30/20131030000527_0.jpg)
[뉴스핌=김홍군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 왼쪽)이 계열분리를 둘러싸고 갈등양상을 보여온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오른쪽)을 지원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3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금 부족에 처해 있는 한진해운에 대해 긴급 자금 지원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1921만주)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담보 기간 1년의 단기대여로, 대여금 이자율은 5.4%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회장이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어떤 이유로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최은영 회장을 중심으로 독립 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양측은 지난 2011년 최 회장이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를 추진하면서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번 지원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으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최 회장이 먼저 손을 내밀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CP(기업어음)는 2200억원이며,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9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과거 대규모 선박발주에 따른 선수금 부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은영 회장이 조양호 회장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다”며 “대한항공이 1500억원 지원을 결정했지만,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불편한 관계와 미래가 불투명한 한진해운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지원 결정에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진해운이 빌려간 1500억원을 제 때 갚지 못할 경우 담보로 제공된 한진해운 주식(15.36%)은 대한항공 소유로 바뀌게 된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16.71%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제수씨의 지원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면서 최은영 회장이 추진해 온 계열분리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최은영 회장의 계열분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양측의 관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며 “대한항공도 경영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원을 결정한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측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양측의 관계는 나쁘지 않고, 영구채 발행,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차환 지원제도) 등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카드도 남아 있다”며 “이번 대한항공의 지원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한항공도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으나 이미 오래 전부터 독립 경영을 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