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하드보일드와 로맨스가 혼재된 잔혹한 성장담이 등장했다.
사소한 말실수에서 비롯된 소문으로 친구가 자살했다. 그날 이후 말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게 된 윤수(김시후)는 결국 시골 마을로 전학을 가게 된다.
시골에 이사 오던 날 윤수는 잔혹한 소문에 갇혀 외롭게 지내고 있는 소녀 해원(김윤혜)를 만난다. 윤수는 자신의 과거와 닮은 상처를 지닌 해원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위태롭고 가슴 아픈 사랑이 시작된다.
‘소녀’는 최진성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최 감독은 설렘에서 비극으로 치닫는 소녀 소년의 사랑을 강렬한 시각적 대비로 부각했다. 빛과 어둠, 순수와 잔혹, 하얀 눈과 붉은 피, 침묵과 소음 등 영화적 대비는 이야기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준다.
동시에 영화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 감독은 말이 주는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동시에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불러오는지 경고한다. 특히 구제역이라는 설정 아래 산채로 파묻히는 돼지의 모습은 (사실 여부와 관련 없는) 말 한마디로 어떻게 사람이 사회에서 매장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끌고 가는 김시후와 김윤혜의 연기력은 높이 살 만 하다. 두 사람 모두 첫 타이틀롤을 맡았음에도 불구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잘 풀어간다. 김윤혜는 비밀스러운 소녀 해원을 통해 신비와 도발을 오가며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김시후 역시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강렬한 연기로 시종일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청각에 예민한 관객에게 주는 경고를 덧붙이자면 소년은 ‘끔찍한’ 이명을 겪고 있다. 11월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