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의원 "검사필름 바꿔치기 등 화력발전 심각"
[뉴스핌=홍승훈 기자] 가짜 시험성적서는 원자력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원자력 대신 화력발전소 건설이 늘면서 허술한 품질검사 시스템을 악용해 검사용 필름을 바꿔치기하는 등 안전 불감증에 경고등이 켜졌다.
단순 부적합을 넘어 심각한 불량이 적발된 화력발전소는 당진과 인천, 평택, 삼척 등에서 건설 중이거나 최근 가동에 들어갔는데, 시설 대형화로 조립 전 검사가 어려운데다 제작검사마저 발전사 자체적으로 운영돼 품질담보 개선대책이 요구된다.
16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민주당)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발전기 용접부위 검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건설 중인 발전기를 대상으로 하는 용접부위 부적합율이 8.6%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1년 191건의 신청검사 가운데 18건(9.4%)이, 2012년는 472건 가운데 39건(8.3%)이 융합?용입불량, 크렉, 기공 등으로 부적합 처리됐는데 이중 10건은 수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량정도가 심해 불합격됐다.
일부 검사에서는 아예 검사용 X-RAY 필름이 바꿔치거나 고압이 걸리는 펌프연결부위 등 주요장치에 불량이 있는데도 납품이 진행되다 적발되기도 했다.<표 참조>
서부발전 평택복합2단계(86만㎾)는 2013년 미국 코벨코사가 납품한 가스압력용기에서 용입부족 등 용접불량이 발생했는데, 비파괴검사 필름 바꿔치기 수법이 사용됐다. 당시 코벨코가 제출한 필름은 모두 243매였지만 무려 35.8%인 87매가 허위제출, 판독오류 등 부적합으로 조사됐다.
일본 도시바사가 발전기를 설치중인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100만㎾)에선 중국에서 납품된 주 증기관의 심각한 용접 부적합이 발생한데다 심지어 2개의 밸브가 서로 바뀌어 설치되기도 했다. 그린파워는 석탄발전소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문제가 발견된 주 급수펌프의 압력이 200㎏/㎝에 달해 사고로 이어졌을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됐다.
남동발전 인천영흥화력(87만㎾)에서는 2012년 두께 120㎜ 중압터빈의 87㎜ 깊이에서 용접결함이 발견됐다. 일본 히다찌와 미국의 하드코어 등 3개사 발전기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불합격 처리됐다.
동서발전 당진화력(100만㎾)은 주 증기관에서는 융합불량에 의한 용접불량이, GS-EPS가 독일 지멘스에 발주해 최근 완공한 당진복합화력(42만㎾)에서는 고압 메인 스팀 벨브에 기공이 생기는 용접불량이 발견됐다.
이처럼 신설 화력발전기의 불량수준이 심각한 것은 발전설비 규모가 커지면서 조립 이후 실시되는 사용 전(前)검사가 발전기 가동여부를 조사하는 수준으로 기기에 대한 조립 전(前)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발전소가 자체적으로 검사를 마치는 것으로 품질검사를 대신하는 형행 시스템도 문제다. 외부 전문가 참여가 적은 만큼 발전기 제작사들이 불량을 속이려 맘먹으면 적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완주 의원은 "불량 발전기 문제는 당장 드러나지 않았다가 수년이 흐른 뒤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책임소재조차 모호해진다"며 "조립 전 검사와 사용 전 검사를 발전사 자체 검사 대신 신뢰받는 제3의 기관이 전담토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서발전 관계자는 "결함을 수정한 뒤 전기안전공사에서 지난 3월 재검사에 합격했고 합격한 제품이 현재 입고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