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 국감…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그림자총리' 지적도
[세종=뉴스핌 김민정 기자] 국무조정실의 갈등조정 능력과 국민과의 소통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국무조정실의 갈등조정 및 소통 능력 부족을 집중 비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현지 주민과의 갈등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도 다뤄졌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행정기관 이전 초기라 미흡한 상황에서도 국감준비를 위해 노력해 준 국무조정실장과 국무총리비서실장 등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정무위원들에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엄한 질책과 함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정책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을 포함한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해 매우 뜻 깊다”며 “특히 박근혜정부의 첫 국감으로 국정운영 전반을 되짚어 보고 향후 필요한 조언을 얻게 되는 소중한 기회로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 사회갈등 조정∙소통 능력 질타정홍원 국무총리[사진=뉴스핌 DB]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의 사회갈등 조정 능력과 소통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사회갈등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4번째로 갈등이 심각했는데 2010년에는 오히려 2번째로 올라갔다”며 “현재 각 부처별로 특정사업 전에 갈등영향분석에 대해 사전에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고 국무조정실에서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갈등관리에 대한 예산 3억원 중 현장점검에 사용된 규모도 미미한데다 갈등점검협의회 역시 한 차례 밖에 열리지 않는 등 체계적이지 않고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의 책임 하에서 대처하는 게 원칙이고 그것을 넘어서면 국무조정실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갈등조정회의 개최실적이 적지만 따로 TF(태스크포스)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송전탑 공사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밀양 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총리가 9월 11일에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대화가 10분 만에 중단됐다”며 ‘대화가 끝난 후에 한전과 밀양시와의 MOU(업무협약) 체결식이 계획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론이 도출되고 나서 MOU를 체결해야 하는 것인데 미리 체결식을 예견해 놓고 대화를 한다면 무슨 대화의 의미가 있느냐”며 “국무조정실에서는 진정성 있게 갈등을 조정해서 실효성있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총리께서 가실 때는 진정어린 생각으로 가신 것이라고 본다”며 “밀양 송전탑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대화를 하시려는 중에 원만히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답했다.
김기준 의원은 밀양 송전탑 사태와 관련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비를 피하지 못하도록 천막을 강제로 압수하거나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소화기를 뿌려서 라면을 못 먹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 실장은 “이런 과정에서 인명사고나 안전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중단 검토는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다.
◆ 야당 의원들 “그림자 총리”, “총리없는 총리실 국감” 지적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정홍원 총리가 책임총리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총리를 ‘그림자총리’로 부른다”며 총리 역할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과 여러가지 보고나 대화를 통해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며 “내각통솔에 있어서도 총리께서 각종현안에 대해 실적으로 많은 조정을 한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총리의 취임 이후 수도권∙지방 방문현황을 보니 서울, 경기, 인천, 세종시가 거의 80%고 지방은 많이 가지 않았다”며 “부산과 광주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오늘 국무총리실 국감을 하고 있는데 총리께서는 인사말만 하고 나간다”며 “총리가 없이 진행한다고 하면 ‘붕어없는 붕어빵, 총리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