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불구 투자자 경계감 찾기 어려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정부가 17년만에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금융시장은 덤덤한 표정이다. 미국 국채와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이 일제히 하락하는 한편 주식시장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폐쇄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반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출처:신화/뉴시스) |
일부에서는 폐쇄 상황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의 속내는 뭘까.
연방정부 폐쇄가 결정된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와 금값 등 안전자산 하락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찾기는 어렵다.
장중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bp 상승한 2.64%에 거래되고 있다. 금 선물 12월 인도분은 2.5% 급락한 온스당 1292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RBS의 가브리엘 만 전략가는 “일단 상황을 두고 보자는 관망세가 뚜렷하다”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드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회가 합의 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4일로 예정된 9월 고용지표 발표가 연기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가 이달 회의에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이날 금융시장 움직임의 배경으로 꼽혔다.
씨티그룹은 연방정부 폐쇄로 인해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이달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플라브닉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연준이 연내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보뱅크 역시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여지가 더욱 위축됐다고 판단했다. 또 고용지표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8만건 증가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실업률은 7.3%로 점치고 있다.
QE 지속은 금값을 끌어올리는 재료 중 하나이지만 이날 금 선물은 뚜렷한 내림세를 나타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대형 펀드가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 금을 대량 매도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설명이다.
밀러 타박의 앤드류 윌킨슨 전략가는 “금값이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하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주요 펀드가 매도에 나선 탓”이라고 전했다.
라모렉스 앤 코의 이브 라모렉스 대표는 “정부 폐쇄 상황은 가뜩이나 저조한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차단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고, 이는 금값 상승을 가로막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낙폭을 크게 좁혔고, 장 초반 나스닥 지수가 0.9% 오르는 등 뉴욕증시가 강한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방정부 폐쇄가 단기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실물경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IHS는 정부 폐쇄로 인한 경제 손실이 하루 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무디스는 3~4주 이내에 의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경제 손실이 550억달러에 달하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금융시장이 워싱턴 상황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의회 합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함께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모간 스탠리의 테드 바이즈만 전략가는 “연방정부 폐쇄가 대단한 악재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판단”이라며 “사태 해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올바른 판단인지 여부는 앞으로 몇 주에 걸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