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모터스 모델S |
전기차 시장은 2차전지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이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전략적 이유 보다는 수익성 측면이 크다. 테슬라모터스는 좀처럼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원통형 배터리’의 최대 공급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5일 주요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모터스와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 곳은 삼성SDI와 LG화학이다. 아직 공급계약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테슬라모터스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구매처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에는 테슬라모터스의 주주인 파나소닉의 2차전지가 공급되고 있다.
사실 전기차 2차전지 시장의 라이벌인 삼성SDI와 LG화학이 한 차종에 배터리 공급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SDI는 캔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LG화학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 두 형태의 배터리는 디자인 설계 측면에서 서로 호환되기 힘들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2차전지 업계가 완성차 업체의 차량 개발단계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두 회사가 ‘모델S’의 배터리를 두고 동시에 협상에 나선 것은 바로 테슬라모터스가 파우치형이나 캔형이 아닌 원통형 배터리를 쓰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흔히 보는 일반 건전지와 유사한 형태로 최초의 2차전지이기도 하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 중 원통형 배터리를 쓰는 모델은 ‘모델S’가 유일하다.
사실 원통형 배터리는 2차전지 업계의 골치가 돼가는 중이다. 2차전지가 처음 등장할 때만하더라도 각광받던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현재 냉랭한 상태다. 폴리머 배터리가 들어가는 스마트기기가 대대적인 인기를 끌면서 노트북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노트북 시장은 원통형 배터리 제품의 최대 공급처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대폭 낮아진 상황”이라며 “주요 배터리 업체는 전동공구나 전기자전거 등에 원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법으로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적 차별이 가능한 전기차의 대용량 배터리와 달리 원통형 배터리는 중국 2차전지 기업에서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어 좀처럼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이 테슬라모터스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모델S’에는 1대당 약 8000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대분만 판매하더라도 8만개의 원통형 배터리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수요가 줄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최근 몇 년간 하락세였던 만큼 ‘모델S’에 2차 전지를 공급하게 된다면 2차전지 부문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아직 ‘모델S’ 판매량이 많지 않고 공급 규모가 결정되지 않아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모터스 대표이사가 최근 아시아·유럽시장까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모델S’의 생산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 크다. 테슬라모터스는 올해 모델S를 최소 2만1000대 생산하고 2014년에는 올해 목표치보다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그 뒤를 잇는 LG화학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수천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모든 배터리가 동일한 출력을 내야하기 때문에 불량률이 높은 중국 제품은 ‘모델S’에 들어가기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모델S’의 배터리 공급은 큰 경쟁이 없는 안정적 공급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