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함께 살면 안 되는 세 남녀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다.
촉망받는 여교수 주희(김희정)는 우연히 자신의 어린 제자 연미(서은아)와 남편 동혁(서태화)이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다. 주희는 자신의 진짜 의도를 숨긴 채 연미를 집으로 끌어들인다. 집에서 연미와 재회하게 된 동혁은 그의 존재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아내의 눈을 피해 연미의 육체를 탐한다.
영화는 그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수없이 다뤄져 왔던 ‘불륜’을 소재로 했다. 그러나 불륜을 저지른 동혁과 연미, 또 다른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주희 등 세 사람의 치밀하면서도 자극적인 몸짓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들춰낸다.
주희로 하여금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혁과 연미의 베드신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예 한종훈 감독은 전례 없는 충격적인 베드신으로 단순한 불륜을 넘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표출해냈다. 불륜이란 소재와 서스펜스 멜로 장르가 만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관객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내와 바람난 남편, 그의 내연녀가 한집에 산다는 설정 탓일까. ‘짓’은 중간중간 영화 ‘하녀’(2010)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연출할 때까지 ‘하녀’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지만 설정 자체가 가지고 있는 큰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 듯하다. 비슷한 소재와 설정을 가진 정준호와 신은경, 심이영 주연의 ‘두 여자’(2010) 속 신들도 이따금씩 떠오른다.
연기 면에서 보면 영화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먼저 배우 김희정과 서태화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간 억척스럽고 우악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줄곧 맡아온 김희정과 영화 ‘친구’(2001) 속 모범생 상택의 이미지가 강한 서태화는 ‘짓’으로 180도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김희정은 도도한 대학교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신인 배우 서은아의 파격적인 도전도 높이 살만하다. 불륜관계의 중심에 서있는 서은아는 극중 전라노출을 감행, 화끈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200여 명의 경쟁자를 뚫고 ‘짓’의 타이트 롤을 거머쥔 만큼 연기도 제법 안정적이다. 다만 영화 ‘은교’(2012)의 김고은, 영화 ‘마이라띠마’(2012)의 박지수 등 최근 스크린에 자주 등장한 쌍커풀이 진하지 않은(혹은 없는) 동양적 여배우의 노출 연기는 더 이상 대중에게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짓’에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 불륜 아래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적 결말을 불러오지 않는다. 다만 이 속에 19금 ‘사랑과 전쟁’과 다를 수밖에 없는 반전(?)이 숨어 있으니 나름 기대해도 좋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