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논란 이후 주요 금융현안 '묵묵부답'
[뉴스핌=김연순 기자] "제 생각을 말과 문자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데 말하기 곤란합니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금감원장의 가장 큰 책무인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7월 19일 경기도 용인시 신한은행 기흥수련원 '꿈을 나누는 대학생 금융캠프 행사')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7월 '수수료 현실화' 발언 논란 이후 두 달 가까이 금융 주요 현안에 대한 함구하고 있다.
최 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여러가지 억측이 나오지만 본인의 발언 취지가 왜곡된(수수료 현실화=수수료 인상으로 해석) 것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는 최 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했거나 추진했던 대책들이 잇따라 실패로 돌아가면서 최 원장의 입을 닫게했다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뒷얘기지만 수수료 합리화 발언과 관련해서도 금융위원회 쪽에서는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들의 수수료 원가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수료 현실화 발언이 시장의 혼선과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의 수수료 현실화 발언과 관련해선 금융위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말렸다"면서 "은행들도 알아서 수수료 합리할 것은 합리화하려고 했는데 금감원장이 얘기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 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은행 중금리 대출상품, 월세대출 상품은 대표적으로 실패한 '관치 3종세트'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 조차 "최 원장이 지시한 것 중 은행 중금리 상품은 대표적으로 실패한 상품"이라며 "저축은행, 캐피탈, 상호금융 정도에서 해야지 은행에서 공급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 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너무 매달린 나머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화를 좌초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 원장 본인의 발언이 왜곳된 것에 대한 일종의 '침묵시위'가 됐든, 할 말을 잃었든 간에 금융당국 수장이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두 달 가까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금융현안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과 무응답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최 원장이 두 달간의 묵언수행(?)을 이제 마감하고 금융현장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