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등 기대감 없어…불안심리 여전해
[뉴스핌=이동훈 기자] #1. 서울 송파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 씨(36세)는 오는 10월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최근 집주인이 5000만원 인상안을 통보해 내 집을 마련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의 시세가 지난해 말 7억원대에서 6억2000만원으로 떨어지자 매수 시기가 아직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2.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2세)는 전세계약 만기 11월에 앞서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 4000만원 인상을 요구받았다. 그는 집을 사는 대신 재계약을 결심했다. 6000만원 수준인 연봉으로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김 씨는 "정부의 전월세 대책’을 이용해 집을 살까 고민했지만 현재 전세자금 대출금리(3.4%)와 이번 대책에 따른 주택기금 금리(3.3%) 간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수익·손익공모형 모기지도 시범 적용에 불과해 일단 주택의 매입 시기를 좀 늦춰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매매수요 확산을 꾀하기 위해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큰 방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연 1~2%대를 적용받아 집을 사도 시세가 떨어지면 투자 실익이 없다. 게다가 집값 하락과는 상관없이 공시가격 7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매년 160여만원의 재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근 온누리공인중개소 대표는 “사실 매수세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도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라며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매매수요로 이동하는 세입자가 일부 있지만 양쪽 시장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자금 대출이 저리로 지원되기 때문에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서민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3%이며 저소득층은 2%대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자가 늘어 부담은 있지만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을 이용해도 대출금리 최저 3.6%면 가능하다.
다만 8.28대책의 주요 정책이 이달부터 속속 시행되면 매매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세난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극심해 질 공산이 크고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계속 높아져 보증금 회수에 대한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부동산대책이 발표만 되고 시행되지 않아서인지 투자문의가 이전보다 크게 늘진 않았다”며 “전세난 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다 8.28대책에 취득세 및 주택기금 대출금리 인하, 수익·손익공모형 모기지 도입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방안이 많아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거래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