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산업화 추진 근거 미흡…사회적 갈등 풀어야
한국 의료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서비스 산업화에 유리한 이유다. 의료서비스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와 고용 증대 효과를 창출한다. 새 정부 역시 이에 주목하며 관련 정책 강화와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산업화의 핵심인 투자형 개방병원(영리병원)과 원격진료는 제자리 걸음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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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자유도시 헬스케어타운 조감도 |
[뉴스핌=조현미 기자] 도입이 거론된지 10년이 넘도록 진척되지 못한 영리병원과 원격진료 등 의료서비스 산업화. 전문가들은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의료산업 허가·감시 제도 미흡
영리병원 설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유력했던 제주 싼얼병원이 보건복지부의 설립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국내 감시 장치가 미흡해서다. 영리병원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시술 범위가 비교적 자유롭다. 동시에 정부의 감시망에서 빠져나가기 쉽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싼얼병원 건립을 추진한 중국 의료그룹인 차이나스템셀헬스그룹(CSC)이 우리 정부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를 보면 싼얼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진료와 함께 항노화센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항노화센터는 줄기세포 치료를 중점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CSC의 핵심이다. CSC는 중국 베이징과 텐진, 싱가포르 등에서 항노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복지부가 승인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삼은 것은 이 항노화센터다. 무분별한 줄기세포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싼얼병원 승인 보류에 대해 “국제병원의 진료 내용은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않아 점검이 쉽지 않다”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점검 계획만으로는 줄기세포 시술 감시 등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광고나 환자 유치 활동이 제한적인 것도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요소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진료를 제외한 활동은 국내 의료기관과 동일한 제한을 받는다.
원격진료은 도입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컴퓨터나 휴대폰이 아닌 직접 진료만 합법으로 인정한 의료법은 의사들의 반발로 개정이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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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제주홍보관 개관식에서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왼쪽)와 쟈이자화 중국 CSC 회장이 투자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 사회적 갈등 해소해야
영리병원 등이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영리병원의 국내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영리병원이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의료 민영화를 촉발하고, 이로 인해 국민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민단체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영리병원은 의료비 폭등은 물론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한국 의료제도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며 “복지부는 싼얼병원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이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고, 국내 의료 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자유구역법은 영리병원 자본의 50%를 외국인이 갖도록 해 외국인을 위한 병원이라기보다 외국인에 의한 병원의 시각을 갖게 했다”며 “이는 외국인이 한국 자본의 한국 의료진을 신뢰하는 현재 상황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예 연구위원은 “영리병원은 의료을 제외한 영업 활동은 국내 의료법이 적용돼 여전히 제약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미 기자 (hm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