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임기 중 가장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시장과의 투명한 의사소통이다.
실제로 그는 연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확실하게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개방성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운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때로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개방적인 행보가 일정 부분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시장 전문가는 주장하고 있다.
먼저 매크로 지표와 특정 시기를 둘러싼 혼란이다. 버냉키 의장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지속 여부를 전적으로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특정 기간을 지칭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로금리 정책과 관련, 그는 ‘상당 기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고 투자자들은 이를 최소한 2015년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의 필리파 맘그렌 대표는 “연준은 진정으로 데이터에 입각한 통화정책 결정을 내릴 것인지 여부를 좀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특히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준이 경제 지표에 무게를 둔다고 해도 혼란이 말끔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지표 자체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고용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실업률은 점진적인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고용률은 여전히 1980년대 이후 최저치에 머무는 실정이다.
미시간대학의 수잔 콜린스 제럴드 R. 포드 정책 연구소장은 “경제 지표 자체가 일관된 경기 향방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경기 판단과 정책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엇갈리는 의견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따로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간 8회의 회의 가운데 버냉키 의장이 기자회견을 갖는 회의가 4차례이며, 투자자들은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지 않은 회의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령, 투자자들이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가 10월이 아닌 9월이나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도 기자회견 일정의 유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최근 시장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 버냉키 의장의 임기 만료 때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를 포함해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재닛 옐런 부의장이 의장에 선임되지 않을 경우 연준을 떠날 것인지 여부 및 그밖에 정책자들의 교체 가능성이 연준 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