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르면 내달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테이퍼링’으로 예상하기 힘든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통화 가치 하락으로 곤욕을 치르는 이머징마켓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미국 역시 주택시장을 포함한 실물경기로 자산 매입 축소에 따른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6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최근 2.55%포인트로 확대, 1990년대 평균치인 1.23%포인트의 두 배를 웃돌았다. 또 2010년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93%포인트에 근접하고 있다.
스프레드 상승은 통상 경기 회복 기대감에 장기물 국채 수요가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연준의 테이퍼링 움직임이 핵심 요인이라는 얘기다.
선트러스트뱅크의 앤드류 리치맨 채권 디렉터는 “연준이 자산 매입을 줄일 것으로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 매입을 축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은행도 국채 매도에 열을 내면서 수익률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권이 보유한 국채 및 국공채 규모는 6월 347억달러에서 7월 181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월간 기준 10년래 최대폭의 감소다.
여기에 투자가들은 2014년 12월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51.5%로 보고 있다. 이는 전월 40%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RBS의 존 브릭스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연준 의장이 래리 서머스로 결정될 경우 출구전략과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이 꺾일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모기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투자 심리 냉각이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거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MFR의 조슈아 스피로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중계업체부터 건설업체까지 주택시장 전반의 상황이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며 “투기세력의 매수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택시장의 회복이 크게 꺾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뉴욕증시가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상승 추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을 주축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면서 주식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될수록 달러화 캐리 트레이드가 헤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이머징마켓 주가와 통화 가치를 더욱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랭클린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의 채권이나 주식, 통화를 매입할 근거가 약화되고 있다”며 “지난 5월과 6월 신흥국 자산 가격의 급락은 캐리 트레이드가 풀린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출구전략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의 문제가 미궁 속”이라며 “예상 가능한 연준의 시나리오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난 주말 잭슨홀 회의에서도 테이퍼링에 따른 위기 경고가 제기됐다. 통화 가치가 폭락한 이머징마켓의 민간 기업이 디폴트를 내면서 금융권으로 충격이 확산, 위기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